(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퍼스트 솔로이스트가 되고 나서 마음의 짐이 조금 덜어졌어요. 춤을 더 즐겁게 바라볼 수 있게 됐고요. 또 월급이 올라서 정말 좋습니다."(웃음)
발레리노 전준혁(27)이 지난해 영국 로열 발레단의 '퍼스트 솔로이스트'로 승급한 뒤 바뀐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전준혁은 2017년 로열 발레에 정식 입단한 후 초고속으로 승급했다. 퍼스트 솔로이스트는 로열발레단의 5개 등급 중 최고 등급인 '프린시펄'(Principal·수석 무용수) 바로 아래 등급을 뜻한다.
2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영국 로열 발레 '더 퍼스트 갈라'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예술감독 케빈 오헤어, 수석 무용수 바딤 문타기로프·후미 가네코, 퍼스트 솔로이스트 전준혁·최유희가 참석했다.
전준혁은 "승급 후 책임감도 커지고 단장님이 요구하시는 부분도 많아졌지만, 리허설 양이나 공연 횟수가 전보다 줄어서 몸을 더 돌볼 수 있게 됐다"며 "부담감은 여전히 있지만, 체력적으로는 조금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그는 로열 발레단의 일원이라는 점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저는 지금의 로열 발레단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무용수들이 모인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가끔은 믿기지 않을 만큼 행복하고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은 로열 발레에 굉장히 중요한 국가"
로열 발레는 오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 홀에서 갈라(gala) 무대를 선보인다. 갈라는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스타일의 무대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을 뜻한다. 로열 발레의 내한 공연은 1978년 '백조의 호수', 1995년 '지젤', 2005년 '신데렐라'·'마농'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20년 만의 한국 무대다.
이번 공연에서는 고전 드라마 발레부터 컨템포러리 작품에 이르기까지, 로열 발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10여 편의 갈라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클래식 작품으로는 '지젤' '백조의 호수'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비롯해, 뮤지컬과 발레의 경계를 넘나드는 크리스토퍼 휠든의 '애프터 더 레인'이 공연된다. 또 로열 발레의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활약 중인 조슈아 융커의 신작 '스펠스'가 세계 초연될 예정이다.
2012년부터 로열 발레를 이끄는 예술감독 케빈 오헤어는 "저희는 해외 투어가 드문 편이라 1년에 한 번 (해외 공연을) 하기도 한다, 지난 2년간은 오직 런던에서만 공연했다"며 "한국은 로열 발레단에 매우 중요한 국가 중 하나이기에, 올 시즌 막바지에 한국에서 공연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그는 발레단을 이끄는 원칙도 언급했다.
"저는 로열 발레단의 '보호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발레단의 설립자인 니네트 드 발루아(1898~2001)의 말을 늘 기억합니다. '과거를 존중하고, 미래를 기대하되, 현재에 집중하라.' 이 말은 발레뿐 아니라 삶 전체에도 중요한 원칙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발레리나 최유희 "둘째 출산 후 복귀작"
이번 공연에는 전준혁을 비롯해 로열 발레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무용수들도 참여한다. 2003년 입단 후 2008년부터 퍼스트 솔리스트로서 활약하고 있는 최유희, 2022년 입단 후 이듬해 퍼스트 아티스트로 승급한 김보민, 2017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우승자이자 다음 시즌부터 퍼스트 아티스트로 승급을 앞둔 박한나가 출연한다.
이날 동석한 최유희(41)는 "2005년 로열 발레의 내한 공연 무대에 올랐다"며 "이번 공연은 둘째 출산 이후 복귀작이라, 더욱 기쁘고 의미 있게 다가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처럼 아이를 낳고 기르는 어머니도 무용수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품어주는 케빈 감독의 정책이 울림을 준다"고 덧붙였다. 최유희는 이번 무대에서 리암 스칼렛(1986~2021)의 안무작 '아스포델원' 파드되(2인무)를 선보인다.
로열 발레의 가장 큰 매력
세계 무용수들의 '꿈의 발레단'으로 통하는 로열 발레의 가장 큰 매력은 뭘까.
'귀공자 발레리노'로 유명한 바딤 문타기로프는 "제게 끊임없이 도전 과제를 던져 주는 레퍼토리"라며 "무용수로서 매 시즌을 즐기면서도 늘 새로운 과제와 마주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번 갈라에서 선보이는 '지젤'과 '해적'처럼 서로 다른 색깔의 작품들을 통해 매주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점이, 저를 계속해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출신 수석무용수 후미 가네코는 "저는 로열 발레단 공연을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다"며 "무대 위의 무용수들이 각자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또 자기 몸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로열 발레는 1931년, '영국 발레의 어머니'로 불리는 니네트 드 발루아가 '빅 웰스 발레'라는 이름으로 창단했다. 이후 1956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로열'이라는 칭호를 부여받아 지금의 '로열 발레(The Royal Ballet)'로 불리게 됐다. 파리 오페라 발레와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양대 발레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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