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정부 지원과 미래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루마니아에 수출 계약한 K10 탄약운반차(왼쪽)와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이 폴란드와 개별 방위산업 수출계약 사상 최대인 63억달러(약 8조5000억원) 규모의 K2 전차 수출을 최종 성사시키면서 K방산의 글로벌 경쟁력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동유럽·북유럽·중동 등에서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K방산은 각 나라의 견제도 심화되고 있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AI(인공지능) 접목 등 첨단 기술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각) 최종 협상이 완료된 현대로템과 폴란드의 K2 전차 180대 수출 계약은 급격히 높아진 안보 수위에 긴급 대응하기 위한 현지 정부와 가성비·빠른 납기를 앞세운 한국 방산 경쟁력이 맞물린 결과라는 시각이다.

한국은 글로벌 방산 무대에서 '가성비·빠른 납기' 뿐 아니라 수준 높은 무기 성능으로 수출 대상국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으며 자주포·전차·유도무기체계 등 수출 범위도 다양하다.

높은 내구성도 흥행에 힘을 보탠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국내 기후가 여름에는 고온다습하고 겨울에는 영하의 혹한까지 바뀌는 탓에 다양한 환경에서 무기체계의 성능을 실험·검증할 조건이 갖춰졌다"며 "이 같은 조건을 뚫고 탄생한 K방산 무기들은 혹한의 북유럽과 모래바람이 거센 중동 등 어떠한 기후에서도 문제없이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K방산은 지정학적 무력 충돌로 인한 국제 정세 불안정,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의 방위비 인상 등을 계기로 각광 받고 있지만 동시에 선진 무기 수출국의 견제도 받고 있다. 이에 첨단 미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가장 주목 받는 첨단 전략은 AI다. 현대전에서 AI 기반 사격 통제와 무인 무기 체계 운용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각 업체들도 관련 로드맵 설정에 한창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8년까지 무인차량 풀라인-업을 모두 개발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의 무인수상정과 저궤도위성 통신체계, 한화오션의 무인전력 지휘통제함 등을 통합해 미래 전장을 주도할 AI와 무인화 기반의 '육해공 통합 솔루션'을 장기 전략으로 내세웠다.

LIG넥스원도 미래 전략을 위해 협력 체계 강화에 나섰다. LIG넥스원은 미국 테크기업 쉴드AI와 '유무인복합 솔루션 개발협력 협약을 맺고 관련 기술 고도화에 착수했다.

미국의 AI 기반 방산 테크기업 안두릴과도 유도무기·유무인복합·운영시스템 등 미래전에 특화된 차세대 무기체계 및 핵심 솔루션 개발역량 고도화에 뜻을 모았다. 보안전문기업 시큐리티플랫폼과는 '국방 AI 및 무인체계 보안 기술적용' 공동연구에도 나섰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는 차세대공중전투체계, AI파일럿 등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항공우주 관련 AI 기술개발을 가속화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유무인복합체계의 핵심인 카일럿(K-AILOT)과 같은 지능형 무기체계 개발뿐 아니라 항공우주 제조·개발 전반에 AI 기술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미래 방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의 지원과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도 조언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K방산이 각광 받기 시작한건 채 몇 년이 되지 않았고 빠른 납기와 내구성 등은 방산 선진국의 첨단 기술력과 견줬을 때 결국 뒤처질 수밖에 없는 단편적인 강점일 뿐"이라며 "국내 방산 기술력은 우수한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장기적·세밀한 전략 수립과 재정적 지원, 적극적인 외교 능력 발휘와 함께 AI를 비롯한 전체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소 방산기업 육성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