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올해 첫 파업에 돌입했다. 사진은 지난 4일 울산시 동구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지부 대회의실에서 파업 찬반투표 개표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뉴스1
2025년 임금교섭을 두고 사측과 대립하던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올해 첫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노조는 회사가 조선업이 불황을 겪는 동안 고통을 분담한 직원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충분한 보상안을 제시했다고 맞서 올해 교섭도 난항이 예상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는 11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동안 부분파업에 진행한다. 이번 단체행동에는 전체 조합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노사는 지난 5월20일 상견례를 갖고 현재까지 12차례에 걸친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교섭에서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정년 연장 ▲성과급 산출기준 변경 등을 요구했다.

회사는 ▲기본급 12만7000원 인상(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 ▲노사상생 협력 격려금 250만원 ▲경영목표 달성 격려금 250만원을 제시했다. 생산기술직 신입사원 모집과 산업전환 대응을 위한 노사 공동 협의체 운영, 휴양시설 운영을 위한 경상비 20억원 출연, 우수 조합원 해외연수 등도 제시했다.

노조는 회사의 요구안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며 제시안을 거부했다. 노조는 이날 노보를 통해 "사측의 제시안은 조합원을 능멸하는 수준"이라며 "엽기적인 폭염 속에서도 묵묵히 맡은 직무를 수행하는 구성원들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그런 제시안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중국과의 수주 경쟁 심화, 고정비 부담 등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최선의 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올해 실적이 1분기 수준을 유지할 경우 격려금(500만원)과 성과금을 합친 변동급 총액이 2000만원을 넘을 것이라고 본다.

회사는 사내소식지 더야드를 통해 "조선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력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불과 1~2% 가격 차이로 일감을 놓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한 해의 성과를 모두 보성에 써버리면 시설 투자도, 후생 복지도, 인재 확보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계속 보상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만들어 나가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파업을 시작으로 회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백호선 현대중공업지부장은 지난 9일부터 단식 투쟁에 돌입한 데 이어 노조는 오는 16일 예정된 전국금속노조 총파업에도 동참할 예정이다. 또 18일에는 GRC센터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장기투쟁 여부를 놓고 현장 조합원들의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조선업계의 하투(夏鬪)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를 포함한 8개 사업장 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는 노조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오는 18일부터 사업장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백호선 현대중공업지부장은 조선노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교섭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조선노연 소속 사업장이 한 곳도 없다"며 "업종 교섭과 직접 교섭이 모두 이뤄지는 게 한국 경제를 살리는 일이자 제자리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사간 교섭이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파업이 진행되는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회사는 노사간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교섭에 성실히 임하고 있고 원만한 합의 도출을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