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취임 이후 열린 부산 타운홀 미팅에서 해수부 본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고 HMM을 비롯한 해운 대기업을 집적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HMM 2대 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최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은 회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HMM의 부산 이전은 높은 정부 지분을 전제로 하고 있어 사실상 민영화 중단 조치로 해석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지분의 위험가중치(1250%) 적용을 3년간 유예하면서 매각 압박도 완화됐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HMM 민영화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해진공이 부산 이전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본사가 부산에 위치한 해진공은 해수부와 HMM이 이전할 경우 정부의 해양산업 육성 정책의 한 축으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 내 입지도 지금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인 해진공은 HMM 지분 35.6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2018년 해운업 재건을 내세우며 출범했지만, 가장 큰 목적은 HMM(당시 현대상선) 정상화였다. 회사가 성장 궤도에 오른 지금 매각까지 이뤄질 경우 해수부가 해진공을 유지할 명분은 약해질 수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진공은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HMM을 쉽게 놓지 않을 것"이라며 "민간 기업과 협력하는 것보다 국적 선사를 통해 공공기관으로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과정에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해진공은 지난해 초 하림과의 협상에서 해운산업의 공공성을 이유로 사외이사 지명권과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은 경영권 보장을 둘러싼 이견 끝에 인수를 최종 포기했다.
해진공이 매각을 우려해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HMM 살리기'라는 태생적 한계 탓에 조직의 존폐가 특정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진공은 산업은행과 달리 그동안 매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안병길 사장도 부담을 안게 됐다. 부산에서 제21대 국회의원을 지낸 안 사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으로 취임 당시 '보은성 인사' 논란이 일었다. 관련 경력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상임위 활동이 전부다.
안 사장의 임기는 2027년 10월까지지만, 최근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잇따른 사퇴로 거취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낙하산 논란'을 벗기 위해서라도 가시적인 경영 성과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전 해진공 사장들은 해수부 차관 출신 등 해운 분야에서 전문성이 입증된 인물들이었다"며 "안 사장은 정치인 출신인데다 주무부처인 해수부가 강하게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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