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향후 5년 동안 정보보호 분야에 총 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홍관희 LG유플러스 정보보안센터장(CISO·전무)은 29일 서울 용산 LG유플러스 사옥에서 열린 보안 전략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LG유플러스가 향후 5년 동안 정보보호 분야에 총 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만 해도 전년(약 800억원) 대비 30% 이상 늘어난 1200억~13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 제로트러스트 보안 체계 구축과 인공지능(AI) 기반 위협 대응 등 실질적 보안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최근 SK텔레콤에서 유심(USIM)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서 통신망 보안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안이 커진 가운데 LG유플러스는 보안 강화 행보를 통해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홍관희 LG유플러스 정보보안센터장(CISO·전무)은 29일 서울 용산 LG유플러스 사옥에서 열린 보안 전략 간담회에서 '보안 퍼스트' 전략을 공개하며 "국내 기업 중 누구보다 빠르게 보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왔다"며 "앞으로도 전략적 투자를 통해 빈틈없는 보안을 실현하고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 올릴 것"이라고 했다.


LG유플러스는 2023년 7월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인 정보보안센터를 출범시킨 이후 정보보호 전략의 3대 축으로 ▲보안 거버넌스 ▲보안 예방 ▲보안 대응을 제시하며 체계적 보안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LG유플러스 관계자들이 질의응답에 나선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LG유플러스는 2023년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인 정보보안센터를 출범시킨 이후 정보보호 전략의 3대 축으로 ▲보안 거버넌스 ▲보안 예방 ▲보안 대응을 제시하며 체계적으로 보안을 강화 중이다.

보안 거버넌스는 전사 보안을 총괄한다. 주요 사내 의사결정에도 관여하고,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를 위해 인력과 예산도 확대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정보보호에 전년 대비 30% 는 약 828억원을 투자했고 전담 인력도 157명에서 293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올해는 전년 대비 30% 이상 확대된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며 향후 5년 동안 총 7000억원 투자를 예고했다. 홍 전무는 질의응답에서 "(정보보호 투자 비중에서) 투자 규모가 제일 큰 게 제로 트러스트 구축이고 그 다음 공격 표면 최소화, 인공지능(AI) 기술 활용한 관제 대응"이라며 "보안 시큐리티에 대해 많이 설명했지만 프라이버시 영역에도 많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했다.


보안 예방 부문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외부 화이트해커 집단과 함께 전사 시스템을 대상으로 역대 최장기간 '블랙박스 모의해킹'을 실시하고 있다. 홍 전무는 "국내에서는 비슷한 규모를 찾기도 힘들 만큼 최장기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위험 요소를 찾는 작업"이라며 "외부에서 노릴 수 있는 공격 표면을 최소화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보안 대응 체계도 고도화 중이다. 2027년까지 제로트러스트 기반의 보안 모델, 즉 모든 접근을 신뢰하지 않고 항상 검증하는 보안 모델을 완성할 계획이다.
보이스피싱·스미싱 피해 막기 위한 '보안 풀패키지' 전략
이날 간담회에서는 실제 범죄 조직이 악성 앱을 통해 스마트폰을 어떻게 조작하는지를 시연해 주목을 받았다. 사진은 홍 전무가 직접 보이스피싱 과정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보이스피싱·스미싱 범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보안 풀패키지' 전략도 함께 공개됐다. 홍 전무는 "통신사 중 유일하게 고객 보호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며 "총 3단계의 보안 풀패키지 전략을 내놨다"고 했다.

모니터링 단계에서는 AI 기반 '고객피해방지 분석시스템'을 통해 24시간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위협을 탐지한다. 외부 데이터까지 통합 분석해 스팸 문자와 악성 URL 접속은 자동 차단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실제 범죄 조직이 악성 앱을 통해 스마트폰을 어떻게 조작하는지를 시연해 주목을 받았다. 사진은 홍 전무가 직접 보이스피싱 과정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범죄 조직이 악성 앱을 통해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것도 시연됐다. 홍 전무는 시연을 통해 악성 앱이 설치될 경우 피해자의 스마트폰으로 걸려오는 전화가 자동 차단되고 범죄 조직이 거는 전화가 '112'나 '1301'(검찰청) 등으로 표시되는 과정을 공개했다. 피해자가 112에 신고 전화를 걸더라도 통화는 범죄 조직에 연결되는 구조였다.

심지어 악성 앱은 사용자의 동의 없이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마이크를 작동시켜 기자간담회가 진행되는 장소와 주변 상황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홍관희 전무는 "악성 앱이 설치되면 스마트폰은 사실상 범죄 조직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며 "전화, 위치, 음성, 영상까지 24시간 실시간으로 감시당하는 상황이 돼 피해자는 심리적으로도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LG유플러스는 자사 네트워크를 통해 악성 앱 서버에 접속한 이력을 확인하고 해당 서버를 직접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관련 내용을 경찰에 공유한다. 올해 2분기 경찰에 접수된 전체 보이스피싱 사건 중 약 23%는 LG유플러스가 탐지한 정보로 파악됐다.

두 번째 단계인 '범행 대응'은 고객을 향한 보이스피싱·스미싱 시도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과정이다. 최근 이 시스템 고도화로 스팸 차단 건수가 5개월 만에 1.4배 증가했다. 홍 전무는 "올해 상반기 스미싱 문제만 해도 2억5000만건 정도 차단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이를 피해액으로 환산하면 약 2000억원 정도의 피해 예방 효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긴급 대응' 단계에서는 실제 고객의 스마트폰에 악성 앱이 설치된 경우 즉각적인 조치를 취한다.
"민생사기 대응 위해 정보보안 협의체 구성 필요해"

LG유플러스는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선 개별 통신사가 부처별로 협업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통신사·제조사·금융사 등 민간과 공공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홍 전무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LG유플러스는 간담회에서 보이스피싱 등 민생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선 민·관 협력 정보보안 협의체가 구성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별 통신사가 부처별로 협업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통신사·제조사·금융사 등 민간과 공공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것이다.

홍 전무는 "보이스피싱은 통신사의 역할이 중요한 범죄지만 통신사 단독으로는 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거나 100% 예방하기 어렵다"며 "통신사뿐 아니라 경찰, 금융회사, 제조사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이 시너지를 내 보이스피싱 예방으로 이어지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과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