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이용대가 이슈가 한미 통상협상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모인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한미 통상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오는 31일 협상 테이블에서 '망 사용료'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를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에선 생성형 AI 기술 발전으로 향후 네트워크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업)들의 '무임승차'를 더는 묵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국내 망 이용대가 의무화 법안을 비판해왔다. USTR는 '2025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의무는 한국 3대 ISP(SK텔레콤·KT·LG유플러스) 과점을 강화해 콘텐츠 산업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작년에도 수차례 한국에 이러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했다.


이에 31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리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협상에서 관세협상 외에도 비관세장벽 분야가 논의될지 관심이 모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디지털 분야에서의 규제 완화를 외친 만큼 이번 협상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망 사용료 이슈는 과거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법적 분쟁으로 치달으며 이슈가 됐다. 국내에선 빅테크들이 망 중립성을 이유로 네트워크 이용에 따르는 대가를 도외시한다는 비난이 나왔다. 당시 양측은 치열한 공방 끝에 이를 일단락지었지만 AI가 대두되면서 해당 이슈는 재점화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생성형 AI는 일반 검색보다 최소 10배 이상 트래픽이 많이 소요된다. 오픈AI '챗GPT' 이후 전 세계 AI 바람이 불면서 네트워크 시장에서 AI는 불가역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30년 네트워크 트래픽의 약 70%는 AI 관련 트래픽이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AI 트래픽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통신사의 네트워크 용량 확충이 필수다. 과거보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망 이용대가는 서비스 유지를 위해 반드시 부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튜브는 국내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구글은 작년 국내 인터넷 전체 트래픽에서 31.2%를 차지했다. 넷플릭스가 4.9%,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는 4.4%였고 1.2%를 기록한 애플까지 합치면 약 42%가 외산기업들의 몫이다. 국내 1위 포털을 보유한 네이버는 4.9%다. 문제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이용대가를 전혀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메타와 넷플릭스가 관련 비용을 지불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망 이용계약 제도화' 실현을 위해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일본에 이어 EU(유럽연합)까지 관세협상을 마친 터라 성과를 내야 하는 정부의 부담이 가중돼 망 사용료 이슈가 힘을 받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협상 과제로 여겨질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밍 이용료 이슈는 협상으로 논의될 문제가 아니라 한 나라의 주권에 관한 사항"이라며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원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1대 국회에선 총 8개의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이 발의됐고 22대 국회에서도 김우영 (더불어민주당)·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과 이정헌 의원(더불어민주당), 최수진 의원(국민의힘) 등이 총 3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