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우성7차아파트 재건축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2파전 구도가 확정된 가운데 시공사 선정 총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조합원 표심 잡기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개포우성7차 재건축 단지 전경. /사진=대우건설
하반기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우성7차아파트 재건축 사업 수주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2파전 구도가 확정된 가운데 시공사 선정 총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조합원 표심을 둘러싼 경쟁이 상호 비방전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삼성 "신용·브랜드 우위" vs 대우 "조합안 전폭 수용"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단지 인근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홍보관. 불과 도보로 2분 거리인 두 홍보관은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방문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홍보관은 입찰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이 자사의 사업조건과 설계안을 소개하며 조합원을 설득하는 공간으로 수주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장에서는 사업조건과 설계안, 도급계약서 비교는 물론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두 회사는 당사의 금리 조건과 설계가 경쟁사 대비 앞선다고 주장하는 등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장을 펼쳤다. 삼성물산은 조합사업비 자금 조달 안정성과 미래 가치를, 대우건설은 분담금 절감 효과와 혁신 설계를 내세웠다.


현장에서 만난 삼성물산 관계자는 "시공능력 1위 삼성을 선택하면 가구당 최소 9억6000만원 이상, 7357억원의 이익이 발생한다"며 "브랜드 가치도 삼성이 대우보다 서울 아파트 평당 매매가 기준 3414억원 높아 압도적인 미래 시세를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건축은 결국 사업비 자금 조달 싸움인데 금리는 절대적으로 신용등급을 따른다"며 "AA+ 신용등급을 보유한 삼성물산이 대우건설(신용등급 A)보다 2%포인트(p) 낮은 사업비 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은 1122가구 규모의 '래미안 루미원'을 짓겠다며 조합안보다 낮은 수준인 3.3㎡(평)당 868만9000원의 공사비를 제시했다. 총 공사비는 6757억원, 공사기간은 43개월이다. 6·27 대출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이주비 LTV 150%를 제공하고 업계 최고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사업비 전액을 해당 시점 최저금리에 조달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삼성물산은 1122가구 규모의 '래미안 루미원'을, 대우건설은 1130가구 규모의 '써밋 프라니티'를 제안했다. 사진은 각 시공사 홍보관에 설치된 '래미안 루미원'(위쪽)과 '써밋 프라니티' 설계 모형. /사진=이화랑 기자
대우 홍보관은 삼성보다 4배가량 큰 규모의 대형 조감도 모형과 3D로 구현한 입체 영상을 자랑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가 삼성보다 사업 조건 면에서 최소 4700억원 가량 유리하다"며 "삼성을 선택할 경우 가구당 약 6억2000만원의 추가 분담금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보다 37가구 많은 224가구의 일반분양을 통해 조합원의 최대 이익을 보장하겠다"며 "대우건설은 수익보다 전략적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판단해 조합안을 모두 수용하는 등 이번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은 1130가구 규모의 '써밋 프라니티'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공사비는 3.3㎡(평)당 869만6000원, 총 6778억원으로 삼성물산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공사기간은 47개월을 제안했다. 대우건설은 필수사업비 전액(4000억원 추정)을 CD금리+0.0%로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계약금, 중도금 없이 잔금 100%를 입주 시 납부하도록 해 분담금 이자가 발생하지 않으며 공사비도 분양 수익이 발생한 이후 가장 마지막에 받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삼성은 허상, 대우는 무리수?"… 경쟁사 비방 '난타전'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은 '래미안' 브랜드 파워를 앞세우고 있다. 사진은 삼성물산 홍보관에서 회사 관계자가 대우건설의 설계안을 지적하는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각 홍보관에서는 경쟁사에 대한 비방과 함께 상대 측 주장에 대한 해명도 이어졌다. 두 회사는 상대 시공사의 설계 모형을 함께 전시해놓고 서로 인허가 기준을 위반했다고 맞섰다.

삼성물산 다른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서울시가 확정한 정비계획과 임대세대의 변경 권한이 없음에도 불법 설계를 제안했다"며 "대우 설계로는 사업 진행이 절대 불가능하므로 사업 지연의 피해자가 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다른 관계자는 "서울시의 인허가 기준이 최근 개정돼 제안한대로 추진이 가능하다"며 "오히려 삼성물산이 압구정2구역에서 빠지면서 급조된 설계를 들고 참여해 사생활 침해, 침수 우려 등 여러 하자가 있다"고 비난했다.

대우건설은 조합안을 모두 수용하는 등 이번 사업 수주에 진심을 다해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대우건설 홍보관에서 회사 관계자가 삼성물산의 신용도를 지적하는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두 회사는 상대가 최근 수주한 한남4구역(삼성물산)과 개포주공5단지(대우건설)보다 이번 개포우성7차에 더 불리한 조건을 내걸었다며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현장의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누가 더 많은 약속을 하느냐보다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가 중요하다"며 "삼성물산은 이번 사업에 5세대 래미안을 적용해 지역 최고 시세를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 관계자는 "리뉴얼된 하이엔드 써밋과 일반 래미안은 확실한 차이가 있다"며 "래미안은 개포 10여개 단지 중 시세 꼴찌이므로 브랜드 허상에 속지 말라"고 반박했다.

개포우성7차 재건축은 기존 802가구를 허물고 지하 5층~최고 35층, 15개 동, 1122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2020년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수주전 이후 약 5년 만에 이곳에서 맞붙게 됐다. 당시 경쟁에서는 삼성물산이 승리했다. 개포주공7차 시공사 선정 총회는 다음 달 23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