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경영난으로 전체 직원 3분의1 가량의 감원과 함께 주요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R&D) 중단·보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인텔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이유는 실적 부진에 따른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인텔의 올해 2분기 순손실은 29억달러로 전년동기(16억1000만달러)보다 13억달러 이상 늘어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인력 15%를 감축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으나 실적 개선은 커녕 오히려 손실규모가 확대되자 다시 대규모 비용절감 방안을 수립한 것이다.
인텔은 그 일환으로 유리기판 연구개발을 중단하고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력 사업에 대한 비용을 줄여 회사의 주력 사업인 중앙처리장치(CPU)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이다.
인텔은 2010년대 초부터 유리기판의 가능성을 선제 포착하고 최소300여건의 핵심 특허를 축적하며 업계를 선도해온 업체이다. 인텔이 사업에서 철수하면 빈 자리를 SKC,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국내 유리기판 제조사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유리기판은 초미세회로 구현이 가능하고 기존 기판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어 AI 시대의 필수적인 기술로 꼽힌다. 기존 플라스틱 기판 기반의 패키지는 표면이 균일하지 않고 열과 압력을 가할 때 뒤틀리는 단점이 있으나 유리기판은 평탄도가 우수하고 열과 휘어짐에 강하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유리기판 시장 규모는 2023년 71억달러에서 2028년 84억달러로 18%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SKC, 삼성전기, LG이노텍이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SKC는 올해 초 세계 최대 IT·가전박람회 'CES 2025'에서 유리기판을 선보였다. 당시 최태원 SK 회장은 "(유리기판을)방금 팔고 왔다"고 언급해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삼성전기는 현재 유리 기판의 파일럿 라인을 가동 중이며 올해 2∼3개의 미국 빅테크를 대상으로 샘플링을 할 계획이다. 양산 목표 시점은 2027년이다.
최근 유리기판 분야 전문가 강 두안 전 인텔 수석 엔지니어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강 두안 부사장은 이달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위치한 삼성전기 미국법인에서 기술 마케팅 및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링 부문 총괄 업무를 맡아 유리 기판과 관련한 신규 비즈니스 개발 등을 추진한다.
LG이노텍도 장비 투자를 통해 올해 말부터는 유리 기판의 본격 시양산(시제품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인텔의 사업 중단은 국내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인텔이 내부 개발을 중단했을 뿐 기존 기술을 활용한 외부 조달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며 "초기 시장에서는 레퍼런스를 확보한 기업과의 협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만큼 국내 기업의 조기 수주 가능성은 전략적 이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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