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엠의 12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두고 일부 주주들이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경기 용인 소재 솔루엠 사옥 전경. /사진=김성아 기자
몇 개월 전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한 솔루엠이 소액주주 반발에 직면했다. 편법적 자본 조달과 경영권 방어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부 주주들이 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주가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특수관계인 거래, 분식회계 의혹, 비정상적 법인 설립 등 주식 가치 희석 우려가 겹쳐 주주들의 불만이 크다. 소액주주연대는 회사 측이 해명과 개선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솔루엠은 지난 6월26일 총 700만주의 신주 전환이 가능한 RCPS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발행 규모는 약 1200억원으로 당시 시가총액(약 7700억원)의 15.6%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솔루엠은 RCPS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와 신규 성장 동력 발굴에 활용한다고 밝혔지만 일부 주주들은 최대주주의 우호 지분을 늘리기 위한 편법적 자본 조달 행위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상법과 기존 판례에 근거해 무효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는 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주주들의 반발 배경에는 기존 주식 가치 희석 우려가 있다. RCPS는 투자자가 채권처럼 회사에 되팔아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환권과 투자금만큼 신주(보통주)로 바꿔 가질 수 있는 전환권을 동시에 가진 특수한 형태의 증권이다.

솔루엠이 시중은행 금리에 못 미치는 낮은 이자율로 RCPS를 발행한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상환권을 통한 이자 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대규모 RCPS가 발행돼 전환권이 행사된다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과 가치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RCPS 발행은 기준 가액을 기준으로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당사의 경우 10% 할증된 가격으로 이뤄졌다"며 "회사는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번 RCPS 발행을 추친했다"고 했다.

이밖에도 일부 주주들은 허위 공시와 내부자 거래 등 불공정 행위 의혹을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우선 차남 전세욱 상무와 관련해 법인 설립·운영 의혹이 불거졌다. 전 상무는 지인 김모씨를 통해 '와이스타이앤씨' 등을 설립하고 회사의 각종 일감을 몰아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사옥 인테리어, 사내 카페·레스토랑 운영, 미술관, 청소 용역 등 솔루엠 내부 업무 전반을 사실상 독점 수주해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와이스타이앤씨의 경우 솔루엠 주요 매입처 가운데 하나로 거래 비중이 2.9%에 달했다. 해당 법인에는 전 상무의 배우자까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장남 전동욱 상무 역시 이해상충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는 자신이 대표였던 치과 체인 '메디그라운드'를 솔루엠 자회사인 솔루엠헬스케어에 무리하게 합병시켜 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솔루엠센서의 주요 거래처인 '디와이디테크놀로지'를 직접 설립·운영하며 자금 거래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정황이 포착됐다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다.

소액주주연대도 관련 의혹에 대해 회사 측에 공개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솔루엠 주가는 한때 3만800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부진이 이어지며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연대는 당초 지난 8월31일까지 해명 및 개선책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은 답변을 오는 9월 3일로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소액주주연대는 회사 측에서 자정 노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관계 기관에 청원을 제기하고 다양한 행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