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는 2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양사는 임시 주주총회와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12월 통합 법인 HD현대중공업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합병은 존속법인인 HD현대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HD현대미포 주주에게 교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합병 비율은 HD현대미포 보통주 1주당 HD현대중공업 보통주 0.4059146주다.
이번 합병은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차원이다. 글로벌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도 이미 자국 내 주요 조선사 간 합병을 마무리했다. 중국은 국영 대형 조선사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앞세우고 있고, 일본 역시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 등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 역시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지키기 위해 유사한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방산, 특수선,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사업 역량을 확대한다. 특히 방산 부문은 이번 합병의 핵심이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다 함정 건조 및 수출 실적을 확보하고 있으며, HD현대미포는 중형 도크와 관련 설비,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자원을 결합할 경우 증가하는 글로벌 함정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 전문지 제인스(Janes)는 향후 10년간 신규 함정 발주량이 2100여 척, 시장 규모가 약 3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통합 법인은 이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해 2035년까지 방산 부문 연 매출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목표는 마스가 프로젝트 가동, 글로벌 해군력 증강 추세와 맞물려 수주 확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특수목적선 분야도 강화된다. 쇄빙선, 해양 플랜트 지원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양사의 기존 건조 경험과 실적을 통합해 시장 진입 기회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북극항로 개척과 자원개발 증가로 수요가 늘고 있어 해당 시장의 성장성도 크다.
친환경 기술 개발도 합병의 주요 목적 중 하나다. 양사는 R&D와 설계 역량을 합쳐 대형선까지 신기술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술개발 리스크를 낮추고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며, 국제 환경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조선업 패러다임이 친환경·디지털화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초격차 기술 확보를 노린 것이다.
해외 사업 확대도 추진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통합 법인과 함께 싱가포르에 조선 부문 투자법인을 세운다. 올해 12월 설립 예정인 이 법인은 HD현대베트남조선, HD현대중공업필리핀, HD현대비나(가칭) 등 해외 생산거점을 관리하고 신규 야드 발굴, 사업 협력 등을 총괄한다. 해외 생산거점에 대한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벌크선·탱커 등 전통 상선 분야에서 중국 조선사에 밀린 점유율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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