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25'에서 TCL의 전시장에 설치된 QD 미니 LED TV. / 사진=이한듬 기자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하드웨어 기술은 물론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기술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선두 입지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달 5~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소재 '메세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25'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중국은 올해 TCL, 하이센스, 창홍, 하이얼 등 700여개 업체가 전시회에 참여했다. 전체 참가 기업이 1800여곳인 점을 감안하면 3곳 중 1곳이 중국 기업인 셈이다.


중국 기업들은 AI 기능을 탑재한 가전들과 이를 활용한 에너지 절감 기술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한국 기업 못지 않은 기술력을 과시했다. 특히 하이센스는 RGB 미니 LED TV 기술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화질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아직까진 한국의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QLED(퀀텀닷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의 기술력이다.

앞서 중국 TCL이 내놓은 QLED TV는 실제로는 퀀텀닷 소재가 들어가지 않은 가짜 QLED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TV 기술을 그대로 흉내내며 기술과 디자인 침해 논란을 반복해온 TCL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퀀텀닷에선 아직 삼성을 따라올 수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평가다.


삼성도 이 같은 격차를 강조하기 위해 이번 IFA 2025에서 TV 전시공간에 '리얼 큐엘이디 존'이란 이름을 붙이고 "가짜가 아닌 진짜를 사라"는 문장을 적어놓기도 했다.

다만 중국의 시장 장악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은 안심할 수 없는 대목이다. 중국은 보급형이나 가성비 제품 분야에서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부분을 경계하고 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은 'IFA 2025' 기간 중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상반기 실적을 들여다보면 1500불대 이상, 2500불대 이상 각각 53%, 52%의 마켓셰어를 차지했는데 문제 되는 부분은 1500불 이하 가성비 제품 부문에서 C브랜드 성장세 두드러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삼성전자는 차별화된 소비자 경험으로 차별화를 줘 중국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방침이다. 용 사장은 "가성비 높은 제품 대한 라인업을 확장해 다양한 소비자 충족 제품을 만들었고 가성비 제품에서도 비전 AI라는 남들과 차별화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확대함으로써 그런 부분을 차별화했다"며 "디바이스경험(DX) 전체 가전과 모바일 연결로 시너지 낼 수 있는 소비자 경험 부분을 강화해 C브랜드가 쫓아올 수 없는 여러 차별화 통해 추격을 따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중국의 추격속도를 예의 주시하며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사장)은 "C브랜드의 가장 큰 위협은 속도"라며 "과거 우리가 패스트 팔로우 전략으로 경쟁사보다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는 결과를 만들었는데 C브랜드가 우리와 상당히 비슷한 전략을 구사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LG전자는 중국 생태계를 활용해 격차를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류 사장은 "중국 생태계를 잘 활용하면 보급형 시장에서도 중국의 경쟁력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LG전자가 중국에 보유한 공장을 통해 중국 업체들이 사용하는 원재료나 핵심 부품을 잘 활용하면 C브랜드의 빠른 추격을 커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