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뉴스1(ICE 홈페이지)
미국 내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가 봉합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 차후 개선 과제를 두고 정부와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자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미국 현지 인력 파견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에 의해 체포·구금됐던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HL-GA' 건설 현장 근로자 약 300명이 곧 석방될 예정이다. 현재 한미 간 석방 교섭이 마무리된 상태이며, 대통령실은 행정 절차가 끝나는 대로 근로자들의 귀국을 위해 전세기를 띄울 방침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석방 절차 마무리를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한다.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한 후 도중 자리를 옮겨서 공항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상황이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했다. 특히 비자 체계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의 경우 그동안 묵인됐던 현지 근로자 '무비자 고용' 관행이 트럼프 정부 이후 통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체포·구금 조치 대상자들은 취업 활동이 금지되는 전자여행허가 이스타(ESTA)나 단기 상용비자인 B-1, B-2 비자 등을 통해 건설 현장에 투입됐다. 해당 비자로는 건설 작업 수행, 미국 내 사업체 급여 지급 등이 불가하다. 원칙대로라면 미국에 투자한 기업이 현지에 직원 파견을 위해 신청하는 E2(투자)나 L1(주재원) 등의 비자가 요구된다.


다만 정식 취업비자의 발급이 까다롭고 전임 행정부는 양국 이익을 고려해 취업 외 비자를 통한 현지 근무를 사실상 용인했던 만큼 기업들은 더 난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문직 종사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비이민·취업 목적의 H-1B 비자는 추첨제로 선발된다. 대상자가 되더라도 발급까지 수개월이 소요되고 발급 개수도 제한된다.

달라진 상황에 맞춰 비자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자여행허가 또는 단기 상용비자를 통한 관례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한국 동반자법(PWKA)를 통해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 쿼터인 'E-4 비자'를 신설해야 한다는 거다. 법안이 현실화할 경우 최대 1만5000명 규모의 한국 국적 전문직이 E-4 비자를 받을 수 있다. 계속 고용을 전제로 무제한 연장이 가능하다.

물론 입법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우리 정부는 2006~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측에 E-4 비자 신설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2011년부터 회기 때마다 발의됐지만 아직 계류 중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E-4 비자 입법이 어려울 경우, 미국 내 취업비자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김태황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미 양국 간의 협의를 통해 한국인의 취업비자를 늘려가는 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측에서 우리 기업이 필요한 인력에 대해서 취업비자를 활발히 내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내의 우수한 인력이 미국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만큼 양국이 중장기적으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정책 협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