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SK온 유럽법인장은 헝가리 코마롬과 이반차 공장이 SK온의 유럽 전략에서 핵심 거점 생산 기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헝가리 공장은 단순 생산 기지를 넘어 SK온 유럽 전략의 핵심 거점입니다. EU 규제 대응 및 현지화 전략의 핵심 생산기지이며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서 '유럽 심장부'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김세진 SK온 유럽법인장은 지난 3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유럽 전략과 헝가리 거점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그는 단기적 위기를 넘어선 장기적 비전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가 이토록 자신하는 배경에는 유럽 시장 전체를 꿰뚫는 치밀한 전략적 선택이 있다.

SK온이 유럽의 심장부로 헝가리를 낙점한 것은 모든 변수를 고려한 최적의 결정이었다. 김 법인장은 ▲우수한 입지 여건 ▲주요 완성차 업체와의 근접성 ▲정부 지원 및 투자 인센티브를 핵심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헝가리는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등 7개 국가와 국경을 맞댄 중부 유럽의 '지정학적 요충지'다. 반경 500km 내에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BMW, 스텔란티스 등 SK온의 핵심 고객사를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 공장들이 밀집해 있다. 이는 공급망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고객사의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헝가리 정부의 강력한 제조업 육성 정책 또한 SK온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2010년 '동방개방정책'을 도입한 이후 아시아 기업 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헝가리는 2022년 '국가 배터리 산업전략 2030'을 발표하며 유럽 배터리 허브가 되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헝가리투자청(HIPA)이 2016년부터 작년까지 성사시킨 배터리 관련 투자만 43건에 달할 정도다.

김 법인장은 "헝가리 정부는 직접 보조금, 세제 혜택, 인프라 구축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인센티브는 SK온이 유럽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전략에 따라 SK온은 헝가리에만 35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투자해 세 개의 공장을 구축했다. 코마롬 1·2공장은 각각 2020년 1분기, 2022년 1분기 상업 가동에 나섰고 3공장인 이반차는 지난해 3분기부터 상업 운영 중이다. 세 공장의 생산 규모는 47.5GWh에 달해 유럽 최대를 수준에 이른다. 이는 70kWh 용량 전기차 기준 약 67만대 분의 배터리 공급 가능한 규모다.

SK온 이반차 공장 사무동 전경. /사진=최유빈 기자
SK온 유럽 법인은 파우치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며 탄탄한 고객사를 확보했다. 코마롬 공장의 주요 고객사는 폭스바겐이며 이반차 공장은 포드에 주력하고 있다.

김 법인장은 "구체적인 공장별 가동률 수치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헝가리 공장 가동률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헝가리 공장은 폭스바겐 등 고객사 전기차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도 시장 상황과 수요 증가에 맞춰 생산을 유연하게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SK온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를 운영 최적화(Optimization) 전략으로 정면 돌파하고 있다. 김 법인장은 공장 운영에 대해 "원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규모의 경제와 최신 설비를 갖춘 신규 공장 중심으로 생산 물량을 배정하는 등의 전사 관점 운영 최적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신예 스마트팩토리인 이반차 공장으로 생산을 집중해 수익성을 방어하고 향후 시장 반등을 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통상 6개월 이상 걸리는 수율 안정화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한 이반차 공장의 압도적인 기술력은 이러한 전략의 성공을 뒷받침한다.

SK온의 시선은 이미 캐즘 너머의 미래를 향하고 있다. 김 법인장은 "단기적 등락은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U의 강력한 탄소 배출 규제로 인해 전기차 전환이 필연적이라는 판단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유럽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이 전체의 55%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SK온 유럽법인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하면서 유럽 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우호적 정책 환경과 기존 고객사와의 협력 관계를 적극 활용해 유럽 생산 거점의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