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당국이 회계부정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공식화하며 실제 시행에 나서고 있다. /사진=챗 GPT 생성이미지
정부와 금융당국이 회계부정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공식화한 가운데 SK에코플랜트가 첫 강력 징계 사례로 이름을 올렸다. 감사인 의무를 소홀히 한 삼정회계법인에 대해서도 조치가 내려지는 등 이번 사례를 계기로 향후 정부의 회계·시장 감독이 한층 더 엄격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한 SK에코플랜트에 대해 '중과실' 결론을 내렸다. SK에코플랜트에 대해서는 감사인지정 조치 등 제재를 가했고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에 대해서는 당해 회사 감사 업무 제한 등의 조치를 내렸다.


아울러 증선위는 SK에코플랜트 담당임원에게 면직 권고와 6개월 직무정지, 회사에는 2년간 감사인 지정 조치를 내렸다. 대표이사에게는 과징금 조치했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정부 들어 대기업 계열사에 단행된 첫 강경징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특히 임원에 대해서도 해임권고, 직무 정지 등 중징계가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과거에도 회계위반에 따른 제재는 있었지만 상당수가 과징금이나 주의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회사와 임원, 회계 법인 모두 강력한 중징계가 동시에 내려진 것은 드문 일이라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이번 일이 단순한 개별 기업 사례가 아닌 정부가 선언한 무관용 원칙이 실제로 집행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대기업 계열사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향후 다른 기업들도 규모와 지위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시장에서는 향후 회계 심사·감리 과정에서 더 많은 기업이 철저한 검증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내부통제 강화와 회계 투명성 제고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주가조작 하면 패가망신"… 올해 26개 기업 징계
사진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뉴시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회계부정과 불공정 거래 근절 의지를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주가조작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언급하며 " 투입된 원금까지 몰수하고 불공정 공시와 분식회계도 아주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권대영 금융위 증권선물위원장도 같은 기조다. 권 위원장은 지난 8월27일 첫 증선위 회의에서는 "주가조작·회계부정·불법 공매도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한다"며 "재무제표 허위 공시는 시장을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다.
사진은 올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받은 상장기업들. /사진=김은옥 기자
이는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회계위반 기업은 과징금이나 주의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2023년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제재 근거가 강화됐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는 ▲과징금 상한 상향(회사 1.5배·개인 2.5배) ▲실질 책임자 제재 확대 ▲감경 축소 등 실효적 집행 장치가 마련됐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은 2025년 회계심사·감리 업무 계획을 통해 상장법인 160개사와 회계법인 10곳을 대상으로 정밀 심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중점 점검 항목은 ▲수익인식 ▲비시장성 자산평가 ▲특수관계자 거래 ▲가상자산 회계처리 등으로 분식 위험이 큰 부문을 정조준했다. IPO(기업공개)예정 기업과 기술특례 상장사, 연속 손실을 기록한 한계기업도 집중 관리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올해만 26개 기업이 감사인 지정·임원 해임 권고 등 징계를 받았고 이 중 10개 기업의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도 별도 제재를 받았다.
투자자 보호·시장 신뢰 회복 기대… 기업도 노력해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올해를 주가조작 근절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이번 강경 조치는 단기적으로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에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회계 부정을 조기에 적발해 피해를 막고 기업들 스스로 투명성 확보와 내부통제 강화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효과가 크다.

특히 IPO 시장에서도 회계 투명성이 상장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분식 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을 차단하겠다고 밝히면서 건전한 기업들에게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회계 감사는 외부감사법에 따라 법에서 정한 큰 틀 내에서 공시가 이뤄지고 있으나 세부적인 내용이 상이하다"며 "보다 상세하고 표준화된 측정 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회계감사 관련 정보에 대한 투명성 향상은 피감사기업에 대한 투자 신뢰도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외부 감사 강화와 함께 상장 기업 스스로 내부 감사와 리스크 관리를 고도화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병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기관들이 지금까지 내부관리 체계를 적절히 구축 및 정비해 왔음에도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신뢰를 훼손하는 사건사고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 대부분은 경영진의 자세, 비즈니스모델 , 경영전략, 기업문화와 관련되어 있다"고 했다. 이어 "따라서 경영진 등은 내부감사의 고도화가 조직 전체의 거버넌스와 리스크관리를 유지 및 고도화시키는 수단임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