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시장 전망. /사진=블룸버그 인텔리전스
국내 반도체 업계가 받을 단기적 관세 충격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자국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둔 만큼 중장기적 리스크에 대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2일 '탈 자유무역 시대,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과 산업별 영향'을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국내 주요 산업의 현주소와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공급망 재편에 대비한 재무 여력과 고부가제품 경쟁력 확보 필요'를 주제로 발표가 이뤄졌다.


한미 무역 협상에서 주요 카드로 거론되는 관세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당장 크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왔다. 고율 관세가 현실화하더라도 자국 빅테크 기업의 비용 부담, 반도체 공급망 복잡성 등으로 인해 점차 도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 최혜국(MRN) 대우를 약속받은 데다 미국 현지 투자 기반까지 마련한 만큼 불확실성도 일부 완화됐단 분석이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AI 중심 견조한 기업 수요 및 양호한 소비심리 등을 감안하면 단기 수요 둔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나타나는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세도 관세로 인한 영업 수익성 감소를 상쇄시킨다"고 설명했다.

물론 관세를 활용한 미국 현지 투자 압박은 계속될 거란 관측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제조 기반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미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TSMC는 현재 1650억달러(약 230조원), 마이크론은 2000억달러(약 278조원)의 대미 투자를 계획한 상태다.


대중국 규제 흐름이 강화되고 있지만, 단기 생산에는 무리가 없다는 예측도 나왔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국내 메모리업체에 부여했던 VEU(검증된 최종 사용자) 지위를 철회, 내년 1월부터 중국에 반도체 장비 반입 시 사전 승인받도록 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기조 속 중국 내 생산 비중을 낮추는 동시에 현상 유지에 초점을 맞춘 만큼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K하이닉스 우시팹은 올해까지 1anm 공정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였는데, 이미 상당 수준 전환이 완료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긴장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중국 내 첨단 제조 장비 반입에 제약이 생길 경우 2027년부터는 중국 팹이 구식화 할 수 있어서다. 김 수석애널리스트는 "2027년에는 업계의 1anm 이상 제품 생산 비중이 3분의 1 미만으로 감소할 전망인데, 해당 제품을 제조할 수 없는 우시팹이 레거시화 될 수 있다"며 "낸드 제품 역시 같은 해 192단 이하 제품 비중이 3분의 1 미만으로 축소할 것으로 보여 기술이 업그레이드 되지 않으면 레거시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은 심화할 전망이다. 시장규모는 약 10년간 연평균 42%씩 성장해 2033년에는 약 1300억달러(약 182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HBM4(6세대)부터 로직다이(베이스다이) 중요성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HBM3E(5세대)까지는 로직다이가 GPU와 메모리를 연결하는 '통로' 수준 역할을 수행했다면, HBM4(6세대)부턴 '두뇌' 기능을 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이러한 흐름 속 경쟁사 대비 빠른 인증 및 양산 이력을 갖춘 SK하이닉스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HBM4(6세대)에서도 HBM3E(5세대)까지 강점을 보유했던 MR-MUF 공정이 적용 가능해 단기 우위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김 수석애널리스트는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격차 축소, 고객사의 공급처 다변화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점유율 변화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