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화폐./사진=뉴스1
일본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며 8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 중순 차기 총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신임 총재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이른바 '다카이치 효과'가 본격화한 모습이다.

8일(현지시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후 3시 50분 기준 달러당 152.3엔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종가보다 1.16% 상승한 수준으로,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2엔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중순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시장에서는 다카이치 총재가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돈 풀기'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엔저(円低)를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스승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를 계승한 '사나에노믹스'를 내세우며 금융 완화와 재정 지출 확대를 공언했다.

아베노믹스는 2012년부터 아베 전 총리가 추진한 경기부양 정책으로, 대규모 재정 지출·초저금리·양적완화(돈 풀기)를 통해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고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전략이었다. 이 정책은 수출 경쟁력 강화와 주가 부양에 효과를 냈지만, 국가 부채 확대와 물가 불안이라는 부작용도 남겼다.

다카이치는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발언했으며,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당선 직후에도 "재정정책이든 금융정책이든 책임을 지는 것은 정부"라며 "2년 연속 물가가 오르면 이미 인플레이션"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시점은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총재의 경제 자문인 혼다 에츠로 고문은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10월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 같다"며 "거시 경제 여건에 따라 12월에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혼다 고문은 아베노믹스의 설계자로, 이번 발언이 다카이치 체제의 완화정책 지속 신호로 해석된다.

한편 일본 증시는 단기 급등세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전일보다 0.45% 내린 4만7734로 마감했다. 전날까지 사흘 연속 사상 최고 종가를 경신했던 닛케이지수는 장중 한때 4만8527까지 치솟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