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찾아가는 진료'는 인구 1380명 남짓의 농촌마을에서 진행됐다. 지난 18일 남하면 지산복지회관 앞마당에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평소에는 어르신들의 마을 회관으로 쓰이던 이곳이 이날은 작은 병원으로 변했다. 안과, 외과, 한방과, 내과 의료진들이 진료 테이블을 펴고 혈압계와 청진기를 손에 쥐었다. 간호사들은 진료 접수를 받고 봉사자들은 안내와 약품 정리를 도왔다.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을 비롯해 전기완 외과과장, 전창원 응급의학과장, 신대범 한의사 등 40여 명이 함께했다.
"혈압이 높아도 병원 가기가 힘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와 주니 정말 고맙지요." 79세 신순악 어르신의 얼굴에는 안도와 반가움이 묻어났다. 이날 하루 동안 91명의 주민이 진료를 받았다. 혈압·혈당 측정, 근골격계 통증 치료, 안질환 상담, 침 시술까지 이어졌다.
남하면에는 보건지소 두 곳이 있지만 응급실은 없다. 응급환자가 생기면 119 구급차를 타고 거창읍 적십자병원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길이 멀고 험해 도착하기까지 한참이 걸린다. 전기완 외과과장은 "단순 감염이나 통증도 병원 접근이 어려워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봉사가 지역 보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산리 복지회관 안은 웃음과 이야기로 가득 찼다. 진료를 마친 주민들은 의료진과 함께 점심을 나누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진료 현장은 단순한 의료 서비스가 아닌 '함께 사는 마을'의 온기를 되살리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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