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해킹과, 홈플러스 회생 사태 등으로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수장 김병주 회장이 또다시 국정감사(국감) 출석 요구를 사실상 거부해 '책임 회피' 논란이 거세진다. 사진은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롯데카드 해킹과, 홈플러스 회생 사태 등으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수장 김병주 회장이 또다시 국정감사 출석 요구를 사실상 거부해 '책임 회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사모펀드(PEF)의 단기 이익 중심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며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 회장은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날 국감에는 김광일 MBK 대표 만이 출석했다. 과방위는 MBK가 최대 주주인 롯데카드 해킹 사고와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의 전말을 따져 묻기 위해 김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MBK는 국내 최대 PEF로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다.


김 회장이 또다시 국감에 불참을 택하자 대주주로서 사회적 책임이 막중한 상황에서 무책임한 행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4일 과방위가 주최한 KT·롯데카드 대규모 해킹사고 청문회에도 불참한 바 있다.

최근 MBK는 롯데카드 대규모 해킹사고와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로 연이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PEF의 특성상, MBK가 기업 운영과 보안 투자를 등한시 했다는 지적이다.

롯데카드 해킹 사고의 경우 배포된 지 8년이 된 패치가 웹 서버 취약점이 공격에 악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주주인 MBK의 보안 투자 소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이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는 지난 9월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T·롯데카드 대규모 해킹사고 및 소비자 피해 청문회'에 출석해 "2017년 오라클 웹로직 48개 프로그램 중 하나의 보안패치를 놓쳤다"고 시인한 바 있다.


특히 홈플러스 사태는 MBK의 경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MBK는 2015년 약 7조원 규모로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경영권을 인수한 뒤 홈플러스의 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임대전환(SLB) 방식으로 현금을 회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이후 3년 동안 부동산 유동화를 통해 인수 대출금 4조5000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2조원가량(47%)을 상환했지만 수익성 악화는 지속됐다. MBK의 2019년 사원총회 보고서에는 2019년 상반기(1월~6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전년 동기 대비 28.4% 감소했다고 적혀있다. 보고서는 주요 원인으로 '매각 후 재리스 등에 따른 임대료 증가'를 지목했다.

이 같은 비판은 네파와 딜라이브 등 MBK가 인수했던 다른 기업들에서도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차입금 이자 부담과 무리한 비용 절감,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회수 등 '차입 인수'(LBO) 방식이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시장 예측이 빗나가 인수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 MBK가 차입금 상환을 위해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에 의존하는 '수탈적 경영 패턴'이 고착화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국도 MBK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관리·감독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모펀드(PEF) 관리·감독 체계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며 향후 정무위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차입인수(LBO) 방식 PEF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자금 제공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원칙에 부합하는지 문제의식이 있다"며, 사모펀드의 단기 이익 추구가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에 공감했다.

한편 김 회장은 지난 1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는 출석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홈플러스 임직원 및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해외 일정 등을 이유로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그의 첫 국감 출석이었다.

당시 김승원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수원시갑)은 입수한 내부 자료를 근거로 "부동산을 노린 적 없다는 MBK의 거짓말이 또 다시 드러났다"며 "홈플러스의 장기 경영 악화에 MBK가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만큼 MBK 펀드에서 수취한 보수 1조2000억원을 전액 홈플러스에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