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강원 강릉시의 부동산 매매 건수는 전월 대비 33.2% 감소했다. 7월(35.1%)과 8월(7.8%) 부동산 거래가 증가했던 것과 대조되는 움직임이다.
정부는 지난 8월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을 발표하고 세컨드홈 세제 지원을 확대했다. 지원 대상 지역 중에 강릉역은 고속철도(KTX) 강릉선을 이용 시 서울역에서 약 2시간 만에 갈 수 있어 세컨드홈 특례의 최대 수혜지로 꼽혔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 마련에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낮아 매수자들의 발길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거래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여름 강릉을 덮쳤던 역대급 가뭄도 거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릉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세컨드홈 대책 발표 후 타지역의 매수 문의가 쏟아졌지만 추석 연휴 후 많이 줄었고 가뭄까지 겹치면서 현재는 발걸음이 거의 끊긴 상태"라고 설명했다.
세제 정책의 효과가 일시에 나타났지만 지방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 집값을 올리는 원인은 투자 수요 중심으로 굳어졌다"며 "세제 혜택을 노리고 지방 여러 곳에 주택을 구매하기보다 수도권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다주택자와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더 늘려야 한다"며 "동시에 기업 유치와 인프라 조성 등을 통해 지역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현재 매수자들이 실거주보다 자산 증식 목적으로 부동산에 접근하는 경향을 보여 세제 지원으로 매수를 유인하기가 쉽지 않다"며 "지방 거점의 산업 육성과 일자리 확충, 인프라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재 89개의 시·군·구가 지정돼 있다. 인구감소관심지역은 인구감소지수가 높아 앞으로 인구감소지역이 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현재는 18개 시·군·구가 지정돼 있다. 이번 세컨드홈 정책에는 수도권과 광역자치단체를 제외한 9곳이 포함됐다.
세컨드홈 혜택은 1주택자가 해당 지역에 집을 한 채 더 살 경우 무주택자와 같이 재산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을 감면해준다. 취득세의 경우 무주택자·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1주택을 구입 시 최대 50%를 낮춰준다. 인구감소지역에 대해서는 재산세·종부세·양도세 특례를 적용하는 주택의 공시가격을 4억원에서 9억원으로, 취득세 특례를 적용하는 주택 취득가액을 3억원에서 12억원으로 축소했다.
다만 세컨드홈 특례는 법 개정 사안이기에 실제 시행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세부 시행령이 나오지 않으면서 부동산 거래현장에서는 세제 혜택을 적극 안내하지 못하고 있다.
강릉 공인중개사 B씨는 "실제 적용 기준이나 세부 내용에 대한 지침이 없으므로 중개 시 안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타지역 매수자들은 법 개정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세제 개편 항목 중 재산세와 취득세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올 연말에 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 중"이라며 "특이사항이 없다면 연내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