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최태원 SK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국내 주요 기업들의 연말 정기 인사 시즌이 막을 올리면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SK그룹이 이른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포문을 연 가운데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LG그룹도 예년보다 시기를 앞당겨 이달 중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달 30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빠른 인사로 통상 12월 초에 이뤄졌던 인사를 한 달 이상 앞당겼다.


이번 인사를 통해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SK그룹에서 부회장 승진자가 나온 것은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사장 승진자는 11명, 기존 사장 가운데 보임이 변경된 사람도 4명이 있다. 새로 사장단에 포함된 인사는 정재헌 SK텔레콤 사장, 차선용 SK하이닉스 사장 등이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현장형 젊은 리더를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기존 사장단과 함께 조직의 안정을 꾀하면서도 미래를 대비한 변화를 동시에 모색하려 한 것이란 평가다.

SK그룹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각 계열사가 직면한 현안을 빠르게 해결하고 차세대 리더 보임을 통해 그룹 경영 후보군을 탄탄히 함과 동시에 현장과 실행 중심의 리더십을 강화했다"면서 "그룹 전반의 경쟁력과 조직 역동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1월 중 사장단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는 11월27일 인사를 단행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삼성은 작년 부진했던 사업부문 수장을 교체한 만큼 올해 사장단 인사는 변화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 힘이 실린다.

삼성전자에선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가 관심거리다. 노 사장은 지난 3월 한종희 전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DX부문 직무대행으로 사업을 이끌어왔다. 노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 그가 겸직 중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도 신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디바이스솔루션(DS)의 경우 전영현 부회장이 겸직 중인 메모리사업부장에 황상준 D램 개발실장(부사장) 등이 새롭게 선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공급을 시작했고 6세대 제품인 HBM4 공급 협상도 진행 중인 만큼 HBM 재설계에 기여한 황 부사장에게 메모리사업을 맡길 것이란 예상이다.

삼성전자 외 다른 전자 계열사 대표이사들은 대부분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새로 선임돼 임기가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만큼 대부분 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12월에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는 현대자동차그룹도 예년보다 앞당겨 이달 중 인사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에도 11월에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것을 계기로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돼 불확실성을 해소한만큼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과 성 김 사장을 유임해 미국 사업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협상 문제는 해소됐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추가로 '미국통'을 경영전면에 배치해 대응 역량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LG그룹도 이달 말 정기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회장이 잇따라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미래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언급했던만큼 사장단 구성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LG생활건강 최고경영자(CEO)에 로레알 출신인 이선주 사장을 영입한 것도 쇄신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인사에서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조 사장은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도 체질개선과 신사업을 통해 올해 LG전자의 실적을 방어해왔다. 최근엔 인도법인 증시 상장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정철동 사장 역시 품질과 안전, 원가 혁신, 고객만족도 상승 등을 통해 LG디스플레이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올해 3분기에는 431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흑자전환이 유력하다. 정 사장은 최근 경기도 파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CEO 온에어'에서 임직원들에게 "연간 흑자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자신한 바 있다.

두 사람이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 LG그룹은 기존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에 더해 총 4명의 부회장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