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지난 6일 전 거래일(4004.42) 대비 88.04포인트(2.20%) 오른 4092.46에 개장하며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근수 기자
국내 주식시장 '빚투'(빚 내서 투자) 잔고가 지난달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코스피가 역대 최고 기록인 4000선을 넘으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반도체 등 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신용 매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9일 '최근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 증가의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25조5000억원으로 2021년 9월13일의 역대 최고 기록인 25조7000억원에 근접했다.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 잔고는 1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개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현금 순매도를 지속했는데, 신용 매수는 반대로 늘렸다.


2021년 개인 투자자들이 현금·신용 매수를 동시 확대하며 주가 상승을 주도했던 것과는 대조된다. 업종별로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말까지 반도체·자본재 등 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일반거래에서 순매도했다. 반면 신용투자는 이들 종목에 집중돼 외국인 순매수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올해 10월 말 결제일 기준 유가증권 신용융자 잔고의 자본재 비중은 27.7%(3조9000억원), 반도체는 15.8%(2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보미 연구위원은 "개인들이 시장 조정을 기대해 상승 종목을 순매도하거나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그룹과, 반도체·자본재 상승에 레버리지(차입) 투자한 그룹으로 나뉘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용융자가 자본재·반도체에 집중돼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에 따른 해당 업종 하락이 우려된다"며 "두 업종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해 지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