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제1차 본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김금보 기자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년 연장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현행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시기인 65세와 동일하게 맞춰 5년의 소득공백을 해소하고 고령층의 소득 안정과 빈곤 문제 해결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정년연장 문제는 노사 간 입장차가 워낙 큰 데다 세대 간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안인 만큼 사회적 합의점을 찾기까진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정년 60세→65세 연장 논의 급물살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 9월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노동대전환 과제 중 하나로 법정 정년을 연장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소득 공백 해소와 연금 재정 안정, 숙련 인력 활용성 제고 등의 다양한 기대효과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같은달 더불어민주당은 2029년부터 3년마다 정년을 1년씩 늘려 2041년 정년을 65세로 하는 안을 제안했다.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노동계 반발에 가로막혀 철회됐다.


이달 초 민주당이 '정년연장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연내 정년연장 입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다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그림은 나오지 않았으나 현재까지 국회에 발의된 대부분의 정년관련 법안을 토대로 '2033년 65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1월 기준 국회에 계류 중인 정년 연장 관련 법률 개정안은 민주당 9건, 국민의힘 1건, 진보당 1건 등 총 11건이다. 민주당·진보당의 개정안은 시행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65세)이 되는 2033년까지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정년을 현행 60세로 유지하되 ▲연금 수급개시 연령까지 정년연장 또는 ▲재고용 제도 시행 중 한 가지를 사업주가 선택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일본에서 택한 정년 연장 방식과 같다.


문제는 정년 연장을 놓고 노사와 세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정년연장특위에서 노사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나 양측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까지 노사의 접점은 여전히 좁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 그래픽=강지호 기자
노사 이견에 연내 처리를 어려울 듯
경영계에서는 정년퇴직자 비율이 17.3%에 그치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소수만을 위한 정책이라며 '퇴직 후 재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위축 우려도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발간한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된 2016년 이후 고령층 근로자 1명이 증가할 때 청년 근로자는 0.4~1.5명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노동계는 연내 정년 연장 입법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맞선다.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연구원장은 "정년퇴직 비율이 20% 이하인 것은 정년이 있는 기업이 22%에 불과하고 본인 혹은 가족 돌봄을 위해 비자발적으로 퇴직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며 "여러 요인을 제쳐놓고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식으로 말하는건 선동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임금제도 개편도 쟁점이다. 나이와 근속기간이 늘어날 수록 임금을 더 많이 지불하는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가 대세인 한국 사회에서 법정 정년이 65세로 늘어날 경우 기업들의 총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정년 연장을 논의하기에 앞서 현재의 경직된 임금구조를 개선해 직무급으로 전환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반면 노동계는 저성과자 퇴출 악용 등을 우려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기반돼야 할 사안에 노사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림에 따라 정년 연장 입법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다. 여당 내에서도 연내 입법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덕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정년연장 관련 토론회에서 "정년 연장과 임금 개편은 투트랙으로 가야하는데 직무급 개편에는 논의가 더 필요해 연내 입법화는 어렵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년연장 연내 입법 추진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만큼 올해 안에 일정한 진전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론 법안 통과까지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우선 개정안 초안을 마련하는 수준까지 속도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