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24일 미국의 의약품 관세 정책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사진은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김 위원. /사진=김동욱 기자
미국이 의약품에 관세 25%를 부과할 경우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에 타격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한국 등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친 국가도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이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진행된 커뮤니케이션 포럼에서 "미국의 의약품 관세가 25%만 부과해도 산업의 괴멸적 타격이 예상된다"며 "한국이 의약품 관세 15%를 부과받고 다른 나라가 50% 관세를 받는다고 기뻐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 파급력이 큰 건 제약·바이오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높은 탓이다. 가격이 상승할수록 수요가 줄어들 우려가 크다는 의미다. 김 연구위원 조사 내용에 따르면 의료용품산업의 수요 가격탄력성은 9.6에 달한다. 미국 전체 산업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4 정도인 것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수준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제약산업에 대한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11.1로 추정했다.


김 위원은 "미국과 관세 협상을 했든 안 했든 한국은 지난해보다 (의약품) 수출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협상을 해서 (수출) 감소 폭을 줄였다는 정도의 의의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급격한 관세 인상의 위험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김 위원은 판단했다. 미국은 의약품 제조 분야에서는 수입 의존도가 30%로 낮지만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군인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수입의존도가 50%에 달한다. 제약제품은 품목마다 2~3개의 기업만 생산하는 집중된 시장이다. 관세 인상만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하는 국내 생산을 유도하기 어렵다.

김 위원은 "미국을 향해 '어차피 (관세 부과) 못할 거잖아'라고 하는 것은 안 된다"며 "서로 협력해서 윈윈(Win-Win)하기 위해 관세를 보류해달라는 식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 미국과 체계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관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무역코드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HS 6단위를 통해 품목을 분류하고 있으나 원료가 복잡한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해당 코드로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른 국가와의 협력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서도 HS코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 위원은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의 산업은 전용 HS코드가 선별돼있는 상황"이라며 "제약·바이오 산업은 이재명 정부 들어 주요 산업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에 대한 위상 강화와 분석 정체 해소 등을 위해 코드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