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방송통신위원회가 17년 만에 폐지되면서 새롭게 출범한 방미통위는 인터넷과 케이블TV, 방송 정책에 더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던 유료방송 업무를 통합해 정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 확대 개편을 꾀했다. 기존 5인 상임위원 체제에서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한 7인 체제로 몸집을 키웠으나 위원·위원장 인선이 지연되며 정책 집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진숙 전 위원장 인사청문회 이후 대통령실과 여야가 인선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탓이다.
유료방송 업계는 방미통위 개편을 통해 규제·진흥 정책의 일관성과 신속한 정책 추진을 기대했으나 논의는 답보상태다. 이에 더해 이용자들이 유료 방송 가입을 해지하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이탈하는 '코드 커팅' 현상도 가속화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25년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22만6100명으로 작년 하반기 대비 13만8546명 줄어 2년 연속 감소세다. SK브로드밴드·KT스카이라이프·LG헬로비전 등 유료방송 3사 실적도 비슷한 흐름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3.3% 급증했지만 매출은 매출 2469억원으로 3.9% 감소했다. LG헬로비전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 90억원으로 172.8% 늘었으나 매출은 2985억원으로 7.7% 줄었다.
SK브로드밴드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 890억원을 기록해 1.5% 증가했으며 매출은 1조1430억원으로 3.4%늘었다. 다만 유료방송 사업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데이터센터 같은 신사업 부문이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기를 맞은 업계는 조직 효율화에 나섰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10월 50세 이상·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LG헬로비전도 지난 10월 희망퇴직을 신청받았으며 경영 효율화를 위해 12월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본사를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로 이전할 예정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12월 희망퇴직을 시행했으며 계열사 ENA 채널 3곳을 물적 분할해 매각을 추진 중이다.
엄격한 규제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료방송 사업자는 글로벌 OTT 기업들과 달리 7년마다 재허가와 재승인 심사를 받아야 하며 방송발전기금 부담 등으로 기업 자율성과 경쟁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방통위 시절 잦은 위원장 교체로 인해 정책 연속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확대 개편 이후 기존에 논의되던 사항이 제대로 이어질지 걱정이다"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이어 "현재 방미통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업계가 매우 불안한 상태다. 특히 케이블방송 업계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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