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무역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걸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 대통령이 불참한 사례는 2016년 탄핵 사태가 겹쳤던 박근혜 전 대통령, 2024년 계엄을 선포했던 윤 전 대통령의 경우뿐이다. 올해는 역대 최대 수출(7000억달러)이 유력시되는 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불참이 더욱 아쉽다는 평가다.
무역의날은 1964년 수출 1억달러 달성을 기념해 제정된 법정기념일로 수출 중심 국가인 대한민국에 매우 기념비적인 날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기념식에 직접 참석해 우수한 수출 성과를 낸 20개 기업 관계자에게 시상과 격려를 해왔다.
이 대통령의 불참 소식으로 행사 전부터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불참의 주된 원인이 윤진식 무역협회장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이 12·3 계엄사태와 맞닿은 무역의날, 윤 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윤 회장과의 대면을 꺼려 행사 불참을 결정했을 수 있다는 거다.
윤 회장은 윤 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으로 2022년 윤 전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제정책 고문으로 활동했으며 윤 전 대통령 대권 지지를 위한 싱크탱크 모임인 '윤공정포럼'도 출범시킨 바 있다. 그는 포럼 발기문에서 전임 문재인 정권을 겨냥해 "잘못된 이념에 사로잡혀 난폭하고 오만함이 극에 달한 권력의 술독에 빠진 집단"이라며 일갈하기도 했다.
무역협회장 취임 당시에는 낙하산 논란까지 일었다. 지난해 2월 무역협회 임시 회장단은 "무역과 통상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경제와 금융 정책을 모두 다뤄봤다"며 윤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천했지만 석연찮은 점이 많았다. 당시 회장이었던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며 활발한 행보를 보인 데다 다른 경제단체장들이 대부분 유임되는 분위기여서다.
사실상 전 정부가 자기 진영의 핵심 인사를 배치하기 위해 낙하산 인사를 배치했다는 지적이다. 무역협회와 관련된 윤 회장 이력은 2003년에 맡았던 10개월간의 산업부 장관 자리가 유일하며 80세라는 고령 역시 활발한 대외활동을 우려케 한다. 무역협회는 민간경제단체지만 정부와 밀접한 관계에 놓인 만큼 대통령실 의견이 인사에 강하게 작용해왔다.
과도한 예우 관행 역시 비난받는다. 무역협회장 연봉은 다른 경제단체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급여·상여금을 포함해 6억원 수준이며 월평균 임금의 8배를 퇴직금으로 받는다. 민간 기업 출신 회장들은 관행적으로 급여를 받지 않아 윤 회장처럼 관료 출신 회장들이 이 혜택을 모두 누리게 된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2012~2015년 재임 당시 고액의 급여와 상여금을 받은 게 인사청문회 때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불필요한 임원 자리 정리'를 포함한 공공기관 구조조정 등을 강조하며 비합리적 조직 운영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이런 기조를 감안하면 윤 회장을 둘러싼 무역협회의 '황제 예우' 논란과 낙하산 인사 문제에 이 대통령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풀이다.
이 대통령의 무역의날 기념식 불참을 계기로 윤 회장에 대한 여러 잡음이 재조명되면서 자리 보전이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2017년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은 임기를 4개월 남기고 갑자기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사임하라는 정부 메시지가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