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온을 깨뜨린 충돌━
사고는 2007년 12월7일 오전 7시6분 만리포 앞바다에서 일어났다.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 예인선단이 정박 중이던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와 충돌하며 대규모 기름 유출이 발생했다. 바닷속으로 흘러 들어간 원유는 총 1만2547㎘. 맑디맑던 태안 앞바다는 몇 시간 만에 검은 띠가 해안을 향해 번지는 기괴한 풍경으로 뒤덮였다. 기상악화는 초기 방제에 발목을 잡았다. 유출된 기름은 조류를 타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고 다음날 원북·소원면 일대 해수욕장과 포구까지 오염이 확장됐다. 당시 사고지점에서 수십㎞ 떨어진 태안읍 시내에서도 기름 냄새가 날 정도로 사고 규모가 매우 컸다.
━
국가가 움직였고, 국민이 달려왔다━
사건을 접한 전국의 시민들은 추위도 잊고 태안으로 향했다. 하루 6만명의 자원봉사자가 태안의 해안가에 선 날도 있었다. 총 123만여명의 자원봉사자는 기름을 퍼내고 검게 물든 바위와 갯벌을 닦으며 바다를 되살렸다. IMF 시절 금 모으기 운동 이후 가장 뜨거운 국민적 연대라는 평가가 절대 과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태안 생태계가 원상회복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태안은 국민의 힘을 등에 업고 예상보다 빠르게 살아났다. 2008년 봄부터 조업이 순차적으로 재개됐고, 여름엔 대부분 해수욕장이 다시 문을 열었다. 2009년엔 안면도 국제꽃박람회가 200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이며 태안 재기의 신호탄을 쐈다. 2013년 '바다의 날' 행사, 2017년 자원봉사자 감사행사는 다시 맑아진 태안 바다를 국민 앞에 내놓은 의미 있는 자리였다. 긴 복구의 시간을 지나 태안은 다시 연간 1000만명 이상이 찾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
18년이 흐른 지금, 남은 기록과 교훈━
태안 기름유출 사고는 단순한 해양오염 사건이 아니다. 재난 대응 체계의 허점을 드러낸 사건이자, 동시에 국민적 연대가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국가적 기억으로 남은 사건이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