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박대준 대표이사가 사임한 가운데, 이를 두고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범석 쿠팡 Inc. 의장(사진)을 보호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쿠팡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책임을 물어 박대준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이를 두고 실질적인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보호하기 위한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쿠팡은 10일 박대준 대표이사가 최근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사임에 따라 쿠팡의 모회사인 미국 쿠팡 Inc.는 해롤드 로저스(Harold Rogers) 미국 쿠팡 Inc.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총괄을 임시 대표로 선임했다. 이번 사태를 적극적으로 수습하고 고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행보라는 설명이다.


업계는 박 대표의 사임을 두고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김 의장의 책임론을 차단하기 위한 전형적인 방패막이 인사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입점 업체와의 수수료 갈등, 노동자 사망 문제 등 여러 가지 리스크를 안고 있던 쿠팡이 처음부터 총알받이로 내세우고자 단독대표를 선임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쿠팡은 사태 발생 이후 줄곧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강조하며 김 의장을 감쌌다. 박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과방위 현안질의에서 "이번 일은 한국 법인에서 일어난 문제로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과방위 의원들이 "김 의장이 직접 사과할 의향이 없냐"며 따졌지만 박 대표는 "한국 법인에서 벌어진 일이고 제가 다시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발생한지 열흘이 넘었지만 김범석 의장은 어디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며 "단순히 한국 대표를 교체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의 실망과 분노가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물류센터 화재 사건 때도 김 의장은 직책을 내려놓으며 책임을 회피했다"면서 "이번 인사 역시 위기 때마다 반복되는 쿠팡식 '오너 구하기'의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의 후임으로 낙점된 로저스 임시 대표의 경력을 두고도 우려가 나온다. '법률 전문가' 출신을 수장으로 낙점한 만큼 쿠팡의 방어적인 태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사태 발생 이후 줄곧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사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노출한다면 추후 법정 다툼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무슨 일이 벌어지면 소통보다는 법리를 앞세우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법률 전문가가 구원투수로 등판한 만큼, 향후 행보 역시 진정성 있는 사과나 피해 구제보다는 법적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