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코엑스 A홀 3번 입구를 지나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들린 말이다. 2025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LCMA) 위너(Winner) 최선혜 작가는 자신의 수상작의 '깨짐'을 이렇게 설명했다. 높이 1m에 이르는 도자 작품은 한눈에도 온전해 보이지 않았다. 조각들은 맞물려 있었지만 곳곳에 빈틈투성이였다. 그는 "접착하지 않고 동선(구리선)으로 꿰었다"며 "언제든 다시 무너질 수 있는 상태인 취약성을 그대로 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장 브리핑은 20주년을 맞은 공예트렌드페어 한가운데 마련된 렉서스 부스에서 진행됐다. 반투명 소재로 둘러싸인 공간은 안팎의 경계를 최소화해 외부에서도 작품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올해 테마는 'Boundless(경계를 허물다)'. 자동차 브랜드인 렉서스가 공예 전시에 나선 이유를 공간 자체로 설명하는 듯했다.
최선혜 작가의 설명을 시작으로 동선을 따라 이동하자 2017년부터 올해까지의 역대 LCMA 수상작들이 이어졌다. 수제 안경, 종이를 수백 장 겹친 트레이, 비닐봉지를 재활용한 오브제까지 소재와 형식은 제각각이었지만 손의 흔적과 시간의 밀도는 공통적으로 남아 있었다. 행사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작가 발굴과 성장의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을 재활용한 '타임리스 파츠' 섹션에서는 폐부품이 조형 오브제로 다시 태어나며 자동차와 공예 생태계의 접점이 드러났다.
다시 발걸음을 멈춘 우승자 최선혜 작가의 작품은 철학적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의도적으로 깨뜨린 뒤 복원한 그릇은 이동 중 사고로 다시 파손되며 전혀 다른 작업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이 현장에서 설명됐는데 최 작가는 "깨진 상태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지금의 나"라고 강조했다. 깨짐은 더 이상 상징이 아니라 실제 사건이었으며 작가는 흔적을 숨기지 않고 작품에 남긴 것이 인상적이었다.
미디어 투어가 끝난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관람객들이 하나둘 입장했다. 일부 인원은 자연스럽게 렉서스 부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를 숨기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인상 깊었다"고 말한 40대 주부 관람객은 뿔테 안경을 고쳐 쓰며 한참동안 작품 앞을 떠나지 않았다. 공예를 전공하고 있다는 20대 대학생 B씨도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작품이 더 또렷하게 보였다"며 감상을 전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공예트렌드페어는 오는 14일까지 코엑스 A홀에서 열린다. 열두번째 전시를 맞은 렉서스의 프로젝트 역시 장인정신을 매개로 산업과 공예 생태계를 잇는 장기적 실험이 어떤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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