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더 많은 고립·운둔 청년들을 사회로 이끌기 위해 정책을 세분화하고 권역을 늘릴 계획이다. 사진은 청년, 부모들과 대화하는 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 /사진=최성원 기자
"열아홉살 때부터 고립 생활을 반복했다. 동물 관련 일을 하고 싶었지만 대학 진학에 실패하며 꿈마저 포기했다. 서울청년기지개센터를 알게 돼 다시 시작했다. 현재는 서울시립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일하며 꿈을 이뤘다." -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을 통해 취업한 A씨
연세대 의과대학·산학협력단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청년층(19~34세)의 사회적 고립·은둔생활은 지속 증가했다. 고립·은둔 상태로 분류된 청년 비율은 지난해 5.2%로 2년 전(2.4%)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시는 22일 오전 10시 시청 본관 8층에서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 성과공유회'를 열어 현황을 점검하고 전문가들과 향후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행사에는 고립·은둔을 경험한 청년과 가족, 학계·현장 전문가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에선 오세훈 서울시장과 청년, 부모들이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오 시장은 "고립·은둔 청년들에겐 세상 밖으로 한 발 나오는 자체가 도전"이라며 "용기를 내준 청년들과 함께 노력해준 부모님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두운 방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아직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는 분들이 많다"며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서울시와 함께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고립·은둔생활 청년 2배 증가… 세분화 대책 필요
고립·운둔생활의 가장 큰 문제는 심각성을 자각하기 어렵거나,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세분화된 지원이 필요하다. 사진은 발표를 진행하는 최혜윤 박사. /사진=최성원 기자
이날 발표를 진행한 최혜윤 박사는 한 번 시작된 고립·은둔생활이 장기화되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최 박사는 "고립·은둔 생활이 심각성을 자각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자각해도 관계 단절로 대화 상대가 없다 보니 공포감과 무력감으로 확산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신건강과 행동 등 전 영역을 아우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고립·은둔 청년 발굴 ▲심리·정서 지원 ▲일상생활 훈련 ▲공동생활 체험 ▲사회복귀 등에 이르는 통합 지원체계를 마련해 사업을 안정시켰다. 최 박사는 "다만 앞으로 더욱 세분화된 접근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는 지원체계 확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생활권 중심 지원을 위해 권역센터를 확충하고, 초기 참여 문턱을 낮추기 위해 온라인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지개컴퍼니(모의 직장 실험)와 기지개랩(소규모 창업프로젝트) 등 청년의 도전을 유도하고 사회 진입 준비를 지원한다. 정책 대상도 확대해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를 포함, 가정에서 고립 징후를 조기 포착하고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은 서울청년기지개센터와 12개 권역센터, 4개 생활권 민간단체 등을 중심으로 상담·지원·일경험 연계 등 사회복귀 패키지를 제공한다. 올해 참여 청년은 총 4681명으로 전년(1837명) 대비 254% 증가했다. 5년간 사업 운영 결과 고립감은 13.0%(평균 63.4점→55.3점) 우울감은 21.7%(평균 18.5점→14.5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