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영풍·MBK파트너스가 제기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해당 결정을 양측에 송달했다. 앞서 영풍·MBK 측은 지난 16일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의결된 2조8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신주 발행을 중단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이번 유상증자는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 중인 조치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통해 미국 측과 함께 총 11조원을 투입해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제련소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제련소는 비철금속 13종, 연간 총 54만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 북미 거점으로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영풍·MBK파트너스는 미국 투자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다만 이번 투자의 구조가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염두에 둔 방식으로 설계됐다고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투자금 대부분이 상환 의무가 있는 차입금 형태인 만큼 이를 미국의 투자로 설명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점을 가처분 신청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채무자(고려아연)가 미국 정부의 제안을 수용해 이 사건 거래를 추진한 것은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미국 정부가 참여한 합작법인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자금 조달 방식이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 다른 대안과 비교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이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고려아연의 대미 투자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고려아연은 미국 측 우호 지분 10.59%를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그간 영풍·MBK 측과의 지분 경쟁에서 다소 불리했던 구도가 상당 부분 해소되며 경영권 분쟁의 흐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납입기일은 오는 26일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신주 220만9716주를 발행할 예정이며 이후 오는 31일 신주를 포함한 주주명부가 확정·폐쇄되면 해당 주식에 대한 의결권이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행사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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