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2026년을 한국 경제가 위기를 넘어 구조적 전환을 이뤄야 할 골든타임으로 규정하며 노동시장 유연화와 규제 개혁을 중심으로 한 전면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29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정국 혼란과 미국발 관세 인상, 고환율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성장률이 1% 수준에 머문 매우 어려운 해였다"며 "석유화학과 철강 등 주력 산업은 경기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글로벌 경기 둔화와 대미 통상 환경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첨단기술 경쟁 심화와 중국의 추격 역시 위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손 회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대미 관세 협상 타결과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 등을 언급하며 "통상 불확실성 완화와 국가 이미지 제고라는 긍정적 성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2026년 대응 과제로는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최우선으로 제시했다. 그는 "현행 노동시장은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이 어렵고 생산성도 경쟁국에 비해 낮다"며 "근로시간과 고용 방식에 있어 획일적 규제에서 벗어나 업무 특성에 맞는 유연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I·반도체 등 첨단산업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근로시간 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도 언급했다. 손 회장은 "연공 중심 임금체계에서 직무 가치와 성과를 반영하는 공정한 보상체계로 전환해야 생산성 향상과 인재 확보가 가능하다"며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아져야 정년 연장 문제 역시 청년 일자리와 충돌하지 않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받는 노사관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노사가 법과 원칙을 준수하고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하며 기업이 노조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균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통과된 노조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법률 불명확성으로 산업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며 정부와 국회에 보완책 마련을 촉구했다.


손 회장은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조세 개혁도 주문했다. 그는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걷어내고 법인세·상속세 등 조세 제도는 경쟁국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AI, 반도체, 로봇 등 첨단 분야에서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뒷받침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경총은 기업이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노동계와의 협력과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관계 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