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고객 보상안을 발표했으나 소비자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8일 서울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에 주차된 배송트럭. /사진=뉴스1 황기선 기자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을 발표했으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용자들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에 보상안의 80%를 배정하고 이를 자사 이용권 형태로 지급하면서 피해 구제보다는 자사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는 마케팅에 가깝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쿠팡은 29일 지난달 발생한 3370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을 발표했다. 1인당 총 5만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용권은 ▲쿠팡 전 상품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알럭스(A.LUX) 2만원 등으로 나뉘어 지급된다. 대상은 유출 통지를 받은 전 고객이며, 내년 1월15일부터 순차적으로 보상안을 시행한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고객 신뢰 복원을 위해 책임을 통감하며 마련한 조치"라며 "재발 방지와 보안 시스템 강화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피해 보상 아닌 자사 상품 홍보"… 소비자 '부글부글'
쿠팡이 제기한 보상안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평가. /사진=X 캡처
보상안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생필품 구매 등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쿠팡이나 쿠팡이츠의 비중은 낮고 상대적으로 결제 단가가 높은 여행과 럭셔리 서비스에 보상액의 80%가 쏠려 있기 때문이다. 보상안을 자사 상품의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쿠팡을 평소에 이용하고 있다는 최 모씨는 "전 상품 5만 원을 줘도 시원치 않은데 그걸 굳이 항목을 나눴다"며 "주로 쓰는 쿠팡이나 쿠팡이츠를 더 많이 줘야 하는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쿠팡트래블이랑 알럭스는 처음 들어본 곳인데 그러면 사실상 1만원만 보상해준 거 아니냐"고 일갈했다. 다른 쿠팡 이용자 김 모씨는 "보상안을 보고 완전히 정이 떨어졌다"며 "어떻게 해서든 이익 남겨먹으려는 꼼수"라고 날을 세웠다.


온라인커뮤니티에서도 "소비자 희롱", "프로모션용 쿠폰" 등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총 5만원이지만 뜯어보면 사실상 1만원이고 나머지는 홍보용"이라며 "(쿠팡은) 이정도 보상이면 적당히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던거냐"고 꼬집었다.

지급 방식이 '구매 이용권'이라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보상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쿠팡에서 물건을 구입해야 해 이미 탈퇴한 고객에게는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을 탈퇴했다는 김 모씨는 "이미 탈팡했는데 그거 받으려고 다시 쿠팡 가입하라는 소리냐"며 "이쯤되면 피해 보상이 아니라 소비를 강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이번 보상안이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전날(28일) 발표된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의 사과문의 진정성 논란을 빚은 상황에서 보상안이 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보상안 발표 시점과 방식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김 의장이 공개석상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보상안을 발표했었더라면 좀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