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진은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 /사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그룹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 뒷말이 무성하다. 미래에셋그룹이 두나무와 합병한 네이버와의 파트너십에도 불구하고 타 거래소 인수를 선택한 배경은 금융 그룹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 시키기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코빗의 최대주주 NXC, 2대 주주 SK플래닛 등과 지분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코빗의 지분 구조는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가 60.5%, SK플래닛이 31.5%를 보유 중이다.

이번 MOU를 통해 거래되는 지분 규모는 약 1000억~14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래에셋그룹의 코빗 인수는 향후 정밀 실사와 가격 협상, 규제 승인 등을 거쳐 이뤄질 전망이다.


코빗 인수와 관해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현재 미래에셋컨설팅에 관련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코빗 측은 해당 인수에 대해 "주주 입장에서 진행되는 인수"라며 말을 아꼈다.

코빗은 2013년 설립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다. 코인게코 24시간 거래량 기준 이날 코빗의 시장 점유율은 0.70%를 차지한다.

타 거래소의 경우 ▲업비트 65.03% ▲빗썸 26.65% ▲코인원 7.55% ▲고팍스 0.06% 순이다. 코빗은 국내 시장 점유율 4위에 해당한다.


미래에셋그룹은 가상자산 분야 신사업 확장을 위해 코빗 인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래에셋그룹은 최근 전통 자산과 디지털 자산 융합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며 디지털 분야 사업 확장 의지를 보였다.

미래에셋증권은 디지털자산 경쟁력 강화를 위해 Tech&AI 부문을 신기술 전담 조직으로 개편했으며 그룹 차원에서는 글로벌 디지털 월렛 구축을 목표로 국내외 Web3 비즈니스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해 미래에셋그룹이 코빗을 향후 디지털 자산 유통과 관리 핵심 인프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 금융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그룹 전략이 코빗 인수를 통해 구체화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그룹의 선택이 다소 의외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미래에셋그룹은 네이버와 주식 교환을 맺은 전략적 파트너로 네이버파이낸셜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지분을 교환하며 사실상 결합한 이후 가상자산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거론돼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래에셋그룹이 코빗 인수를 추진한 것은 네이버·두나무 관계와 별개로 주도적인 가상자산 전략을 선택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지분 교환을 통해 사실상 단일 플랫폼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은 간접적인 협력에만 그칠 뿐 직접적인 의사 결정과정에 참여하기에는 제약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그룹이 인수 주체로 금융 계열사가 아닌 미래에셋컨설팅을 내세운 것도 주목된다. 이는 금융사의 가상자산 직접 진출이 불가능한 '금가분리 원칙' 규제 부담을 줄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은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전면에 내세워 법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향후 제도 변화에 따라 사업 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사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가상자산 사업과 관련한 전략적 선택지를 확보하려는 행보라는 것.

이 같은 방식의 진출은 미래에셋그룹 입장에서 여러 장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미래에셋그룹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인수를 통해 향후 토큰증권(STO), 원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자산 수탁·운용 등 제도권 금융과 연계 가능한 디지털 자산 사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된다.

가상자산 법인 투자자 시장 개방이 본격화될 경우 기존 증권·자산운용·보험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도권 자금을 디지털 자산 시장으로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 수행도 기대된다. 디지털 금융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그룹 전략을 실제 사업 구조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그룹은 디지털 혁신을 본격화하고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체계를 완비했다"며 "향후 토큰증권, 스테이블 코인, 가상자산 비즈니스 추진에 속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내다봤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그룹은 타 증권사 대비 디지털자산 비즈니스에 대해 높은 준비를 해왔다"며 "차별화된 성장 동력이 기대된다"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