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9일(현지시각) 폴란드 군비청과 사거리 80㎞급 천무 유도미사일(CGR-080)을 공급하는 5조6000억원 규모의 '3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천무는 발사 차 한 대로 1분 안에 로켓 12발을 연속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로켓 체계다. 2022년 1차 이행계약(약 5조357억원)과 2024년 2차 계약(약 2조2000억원)을 합한 천무의 폴란드 수출 계약 규모는 총 12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계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10월 폴란드 방산기업 WB 일렉트로닉스와 설립한 합작법인(JV) '한화-WB 어드밴스드 시스템(HWB)'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체결됐다. HWB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1%, WB 일렉트로닉스가 49% 지분을 출자했다. CGR-080는 향후 폴란드 현지에 구축될 HWB 공장에서 생산돼 폴란드 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양사는 향후 HWB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탄종을 다양화하고 유럽 내 다른 국가로의 수출도 모색할 계획이다. 3차 계약 체결식에 참석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번 계약은 단순히 한국에서 무기를 만들어 폴란드에 수출하는 방식을 넘어 양국이 합작법인을 폴란드에 설립하고 공장을 세워 함께 생산하는 방식"이라며 "양국의 방위산업 협력도 더 높은 단계로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2022년 이후 현재까지 폴란드 누적 수주금액은 18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규모 수출 성과가 이어지면서 지상방산 부문 수주 잔액도 가파르게 늘었다. 2021년 5조1000억원에 불과했던 수주 잔액은 2022년 19조9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지난 3분기 기준 약 31조원까지 확대됐다. 이번 계약을 포함할 경우 올해 지상방산 부문 수주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36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유럽산 무기 우선 구매를 장려하는 방산 블록이 형성되고 있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단순 무기체계 공급에 그쳤던 기존 전략을 전면 재편했다. 빠른 납기와 품질 경쟁력으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MRO(유지·보수·정비)를 현지에서 수행하는 등 유럽 수요에 맞춘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루마니아에 유럽 최초의 자체 생산 공장도 구축한다. 내년 1월 착공해 2027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해 수주한 1조4000억원 규모의 K9자주포(54문)·K10탄약운반차(36대) 생산 및 MRO를 위한 현지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R 담당 전무는 지난 11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루마니아 공장에서) K9 수주물량을 생산하고 내년 상반기 결정될 루마니아 장갑차 계약에도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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