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개설된 개별주식 선물시장이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거래량이 국민은행과 삼성전자 등 일부 블루칩에 집중된 이른바 '쏠림현상'은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지만 시장 개설 초기의 거래 형성이 무난하다는 평가다.
개별주식선물은 지수가 아닌 특정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거래를 말한다. 해당 종목의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면 선물을 매도하고 오를 것으로 기대되면 선물을 매수하는 형태가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
개별주식선물은 증거금 18%만 가지면 거래가 가능해 높은 레버리지 효과를 추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물을 직접 살 때 부과되는 0.3%의 거래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기초자산의 대상은 삼성전자와 POSCO, 국민은행, 현대차, 한국전력, 신한지주, 우리금융, SK텔레콤, 현대중공업, KT, LG디스플레이, LG전자, 신세계, 하나금융, KT&G 등 총 15개 종목이다.
이들 종목은 대형 주식형펀드의 편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자산운용사의 펀드 운용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헤지·차익거래·롱숏… 현란한 드리블 연출될까
개별주식선물은 개인 뿐 아니라 기관 투자자에게도 운용 전략을 다양화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지수선물만으로 채울 수 없는 운용 전략의 한계에 목말라 했다.
가령 삼성전자를 보유한 펀드매니저가 반도체 가격 하락을 헤지하고 싶지만 개별주식선물이 없어 해외 경쟁사의 주식선물로 매도 포지션을 확보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별주식선물 도입에 따라 펀드매니저는 기초자산 대상으로 지정된 15개 종목에 대해서는 보유 종목의 선물을 매도함으로써 단기적인 주가 하락을 헤지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도 펀드매니저의 재량에 따라 개별주식선물으로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은 다양하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파생상품 애널리스트는 "시장 개설 초기부터 투신권의 참여가 예상보다 활발하다"며 "보유 종목의 가격 하락에 대한 헤지 이외에 롱숏전략과 차익거래 등 기관 투자자가 생각할 수 있는 개별주식선물의 활용 방안은 다양하다"고 전했다.
롱숏전략은 주가의 상관관계가 높은 두 종목의 밸류에이션 차이를 이용한 거래다. 가령 업계 1, 2위를 다투며 주가 움직임도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A 종목과 B 종목에 단기적으로 가격 갭이 발생, A의 주가가 부진한 반면 B가 급등할 때 고평가된 B 종목의 선물을 매도하고 저평가된 A 종목의 선물을 매수하는 형태다.
차익거래는 특정 종목의 선물 실제가격과 현물가격에 금융비용을 가산한 이론가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때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쪽을 매도하는 동시에 저평가된 쪽을 매수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차익거래가 가능하려면 시장 유동성이 한층 보강돼야 하고 동시에 호가 차이도 좁아져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별주식선물 시장이 활성화되면 차익거래의 기회가 실제로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거래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도 기관 입장에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이다. 개별주식선물의 최소 거래단위는 1계약이며 선물 1계약은 현물 10주에 해당한다.
그리고 실제로 선물 1계약을 매수하려면 선물 가격의 18%만 가지면 된다. 가령, 18만원만 있으면 100만원짜리 주식선물 한 계약을 매입할 수 있다. 매수하려는 주식을 적은 금액으로 원하는 수량만큼 보유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기관투자자의 경우 사후증거금을 적용받기 때문에 개별주식선물을 매매하는 데 따르는 초기 비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최창규 애널리스트는 "레버리지와 낮은 코스트, 여기에 선물 매매의 선행효과를 활용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꾀할 수 있다"며 "펀드에 A종목 100만주를 편입할 예정인 경우 해당 종목의 선물 10만 계약을 미리 매수해 상승 리스크를 제한하거나 반대로 보유 비중을 줄이려고 할 때 선물을 미리 매도해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사전에 방지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15%룰'이 적용되는 종목의 비중을 높이는 데 주식선물이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양한 시도, 상품 선택폭 넓어질 듯
자산운용업계는 우선 상황을 지켜보자는 움직임이다. 적극적인 주식선물 매매에 나서거나 관련 상품을 앞장서 개발하기보다 일단 약관을 개정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장치부터 마련하겠다는 것.
하지만 점차 주식선물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관련 상품이 개발, 새로운 투자 기회가 생겨날 것이라는 기대다.
강신우 한국투신운용 부사장은 "지수선물의 경우 펀드매니저의 운용 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개별주식 선물은 다양한 전략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선물을 이용해 특정 종목에 대한 헤지나 편입비율 조정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용이 저렴하다는 잇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운용사의 방침이나 펀드매니저의 성향에 따라 실제 활용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식선물 도입에 따라 펀드매니저가 다양한 운용 전략을 취할 수 있게 됐으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보유 종목의 가격 하락에 대한 헤지 이외에 보다 적극적으로 주식선물을 활용하는 상품이 개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강신우 부사장은 "주식선물은 펀드의 레버리지 활용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초기 형태의 헤지펀드가 등장할 수 있고 롱숏펀드를 본격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시도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는 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 파생상품은 레버리지를 이용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동시에 리스크 또한 높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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