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맞춤형 네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과 음악서비스 멜론, 그리고 오픈마켓 11번가와 자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운영 중인 SNS 서비스 ‘싸이월드’. 어떻게 보면 공통점이라곤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서비스들이 모두 다 SK플래닛의 식구들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하기도 했다. “도대체 SK플래닛은 뭐 하는 회사입니까?” 이에 대한 답은 이랬다. “창의적인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창의적인 회사’를 꿈꾸며 출범 한달째를 맞은 SK플래닛. 그 동안 SK플래닛은 T맵 을 개방하고, 서비스 10년 만에 가입자 1000만을 돌파했다. 모바일 지갑 서비스인 스마트월렛(Smart Walllet)에 최신 NFC 기술을 활용한 NFC 모바일 멤버십 발급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SK컴즈의 싸이월드는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글로벌 영상 플랫폼 회사인 비키(ViKi)의 지분 투자도 밝혔다. 그만큼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짧은 시간 동안 발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절대강자가 아니다”며 SK플래닛을 ‘Global Platform Innovator’로 키워내겠다는 수장, SK그룹의 대표적인 젊은 기수로 손꼽히는 서진우 사장(50)이 ‘큰 일 낼 사람’으로 부상하고 있다.
 

류승희 기자
 
◆ TTL 주역…SK플래닛으로 큰 일 낼까?
 
이미 국내 통신시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SK텔레콤을 비롯한 이동통신사들 역시 성장정체를 겪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플래닛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것과 동시에 모기업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숙원인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막중한 임무를 맡은 셈이다.
 
선장의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셈이다. 지난해 SK텔레콤 플랫폼 부문 사장을 역임하며 차세대 리더로 주목 받은 서 대표는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출신 ‘해외통’이다.
 
삼성전자를 거쳐 1989년 SK에 입사한 후 2000년 와이더댄닷컴 사장, 2002년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2004년 SK텔레콤 신규사업부문장 등을 지냈다. 2008년 글로벌비즈CIC 사장을 맡은 이후 이동통신부문 사장, 경영지원부문 사장 등을 두루 거치며 주력사업인 이동통신분야는 물론 유무선 콘텐츠, 인터넷, 글로벌 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쌓아왔다. 따라서 효과적인 해외진출을 위해 해외기업 인수합병도 고려 중이라는 SK플래닛으로서는 서 사장만한 적임자가 없었던 셈이다.
 
최태원 회장이 이동통신사업 진출을 준비하며 경영수업을 받던 선경텔레콤 출신인 그는 최 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편이다. 2000년대 초반 SK텔레콤이 만든 와이더댄을 맡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해외시장에 진출, 2006년 매각 당시 100억원을 호가하는 시세차익을 남겼다. SK컴즈 사장 재임 당시에는 싸이월드와 라이코스코리아를 인수하는 등 대형 인수합병을 성사시켰으며, SK텔레콤의 대표적인 성공 브랜드인 TTL도 그의 작품이다.
 
SK플래닛 출범 기자간담회 당시 서 사장은 “지금은 시장의 룰이 바뀌며 전체적인 시장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기다. 새로운 마켓리더가 태동할 수 있는 기회다”며 “개인적으로는 와이더댄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매각한 경험이 있다. 작은 회사였지만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SK플래닛을 통해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SK플래닛은 실험 중 … “5년간 영업이익 안 본다”
 
“깨고 버리고 바꿔야 할 것이 너무 많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지난 10월 서 대표가 SK플래닛 취임사에서 가장 강조한 말은 바로 ‘변화’였다. 그도 그럴 것이 SK플래닛은 플랫폼 사업을 전개해 나가기에 SK텔레콤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설립된 회사다. T 맵이나 멜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컨버전스 사업을 전개하는 데 SK텔레콤 가입자를 대상으로하는 기존 시스템을 버리는 것이 가장 먼저다.
 
무엇보다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는 통신사업의 특성상 보다 유연한 사내 분위기를 만들어갈 필요성이 컸다. 비용 투자가 큰 만큼 철저히 성과 위주로 사업성을 검토하는 데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통신사업과 비교해, SK플래닛은 보다 빠르고 가벼운 의사 결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실제로 SK플래닛의 출범과 동시에 서 사장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도 조직 혁신이다. 가장 먼저 팀장의 권한을 높이고, PDF팀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실제로 서 사장은 “예전에는 임원들 선에서 결정되던 것을 팀장선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현업 실무자들이 직접 주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아이디어를 사업화 하는 데 빠른 의사결정과 함께 진행 속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하고, 한 달에 한번 전 직원이 모여 임원들과 함께 의견을 주고 받는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Product Development Factory라는 뜻의 PDF팀은 SK텔레콤이 지난해 7월 내놓은 사내 특수 조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앱으로 개발해 다운로드 1000만건을 달성하는 등 높은 성과를 얻고 있다. 11월에는 미국 현지에 앱 비즈니스 자회사인 ‘PDF USA(가칭)’ 설립하고 유럽과 아시아 등에도 PDF 현지 조직을 설립할 예정이다. 변화속도가 빠른 모바일 앱 사업의 특성을 감안해 현지에서 대응력을 높이며 글로벌 사업의 첨병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기존의 수익성으로 평가되는 사업성 검토에도 변화의 칼날을 들이댔다. 실제로 서 사장은 “향후 5년간은 수익성에 연연하지 않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소비자는 굉장히 앞서 있는데, 산업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뛰어넘는 보다 다양한 실험을 통한 IT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5년 뒤 기업가치 5조원의 회사로 키워내겠다는 포부다.
 
서 사장은 “뒤쫓아가기만 하는 입장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고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며 “당장 수익성으로 가치를 평가 받는 회사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내놓는 회사 그리고 소비자에게 가장 사랑 받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