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의 카드 목록이다. 얼추 카드 목록을 봐도 50여종은 된다. 삼성카드가 이런 복잡한 카드 체계를 재정립해 단순화에 나섰다. 삼성카드는 지난 11월11일 삼성카드2, 삼성카드3을 나란히 출시했다. 향후 발급될 카드들은 모두 숫자로 통일할 계획이다. 주요 혜택의 수를 상징하는 1부터 7까지의 숫자와 여기에 혜택을 더한다는 의미의 +(플러스)가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이번 삼성카드의 새로운 브랜드 체계는 고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솔직하고 담백한 실용적인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브랜드 체계는 카드 상품과 디자인에 우선 적용된다.
◆숫자 앞세워 단순함 극대화
숫자로 대변되는 이번 리뉴얼의 핵심은 실용성과 단순 명쾌함이다. 누구나 카드 브랜드 체계를 이해하기 쉽고, 기억하기 쉽도록 바꾼 것이다. 이는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이 부임할 때부터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은 이은정 상무를 브랜드 전략 담당으로 영입하고 본격적인 브랜드 리뉴얼에 나섰다. 그렇게 나오게 된 게 만국 공통어이자, 세살짜리 어린아이부터 여든 노인까지 인식할 수 있는 숫자다.
이은정 상무는 "고객은 그저 '삼성카드'로만 기억하지 개별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다"며 "모브랜드인 삼성카드를 강화시킴으로써 고객이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풀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긴 시간 동안 브랜드 리뉴얼을 작업하며 가식이나 치장 없이 고객이 가장 본질적인 특성을 알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며 "기본에서 다시 브랜드의 지향점과 가치를 잡았다"고 말했다.
브랜드 런칭과 시작된 광고에서는 '당신에게 참 실용적인 삼성카드'란 슬로건을 담고 있다. 삼성카드는 새로운 브랜드 라인업 공개와 함께 고객이 신용카드가 가진 핵심 서비스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카드 앞면에 카드의 대표 혜택을 직접 표기했다.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혜택을 알아보기 쉽게 한 것이다. 앞으로 출시될 상품 역시 고객 중심의 상품과 서비스 디자인을 갖춰 나갈 계획이다.
개별 브랜드 대신 모브랜드를 강화시킴으로써 얻는 추가 효과도 있다. 바로 판매관리비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개별 브랜드를 일일이 알리지 않고 삼성카드만 효율적으로 알리면 되기 때문이다.
◆라이벌 현대카드와 치열한 경쟁 예고
삼성카드의 이번 브랜드 라인업을 가장 경계한 것은 현대카드다. 카드의 단순화를 처음으로 시작한 곳이 바로 현대카드이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현대카드M을 시작으로 알파벳으로 브랜드 라인업을 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카드의 숫자 브랜드가 때마침 나온 현대카드의 신제품과 충돌을 예고하고 있어 흥미롭다. 현대카드가 기존의 알파벳에서 벗어난 숫자카드인 '제로'(0)를 출시한 것. 제로카드는 최소 카드 사용 실적을 없애고 카드를 쓸 때마다 0.7%를 무조건 할인해 준다.
이은정 상무는 "카드에 브랜드 체계를 갖는 것은 현대카드가 하고 있어 비교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브랜드 체계를 갖추는 것은 카드뿐 아니라 모든 브랜드가 마케팅 요소로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경쟁사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익이 되는데도 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현대카드에서 출시한 제로에 대해서도 "우연히 숫자가 겹칠 뿐이지 상품 특성이나 모든 것이 다르다"고 일축했다.
■삼성카드 변화 주도한 이은정 상무
"최치훈 사장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고요? 대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대기업에 계속 다닐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본의 아니게 거절을 했기 때문이죠."
올해 4월 삼성카드에 영입된 이은정 상무는 브랜드 전략 담당으로 체계가 없는 브랜드 체계를 정립한 일등공신이다. 지인의 소개로 최 사장을 만났고, 고민 끝에 삼성카드로 적을 옮겼다.
이 상무를 영입할 당시에도 삼성카드는 내부적으로 브랜드 리뉴얼에 고심하던 차였다. 이 상무는 고객에게 단순 명쾌한 카드를 만들 전략을 수립하고 최종적으로 숫자를 전면화했다. 회사의 BI(Brand Identity)를 바꾸고, 상품 체계는 물론 디자인까지 꼼꼼히 챙겼다.
이 상무는 사내에 새로운 브랜드 라인업을 알리는 일에도 직접 나섰다. 오프라인 교육은 물론 동영상을 제작해 이 상무가 더빙까지 맡은 것. 그는 "일손이 필요하면 물건을 나를 각오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은 특별히 신경써서 직접 챙기고 있습니다. 임원이 직접 나서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관심도 높고 수용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온라인도 직접 만들었더니 상징성이 있어서 그런지 사내에서도 화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상무는 광고회사인 오길비를 거쳐 현대캐피탈, GS샵에서 일하며 브랜드 마케팅과 전략을 담당했다. 현대캐피탈 재직 시절에는 초기 단계인 브랜드를 정립시켰다. GS샵에서는 옛 사명인 GS홈쇼핑을 현재의 사명으로 바꾸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브랜드 전략가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 상무는 또 고객과의 접점 디자인을 바꾸고 마케팅 전략도 새로 마련한 바 있다.
삼성카드로 영입된 그는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이 상무는 "예전처럼 큰 규모의 일을 다시 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는데 삼성카드에 오게 돼서 요즘 재밌게 일하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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