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들이 영업력과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지방에 거점을 둔 중소기업들의 영업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급변하는 시대에 과거처럼 은행의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챙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방은행들이 현재 가장 고민하는 분야는 비은행권 확충이다. 카드와 증권, 보험 등을 새로 설립하거나 분사해 내부조직을 키우겠다는 것. 물론 이는 아직까지 초기 검토단계에 불과하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지역적 특성과 고객확보 규모, 그리고 수익성 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은행의 한 관계자는 "비은행권 확충을 두고 일부 지방은행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비은행 출범 경쟁 나설까

지방은행들이 이러한 시장다변화 차원에서 비은행권 확충에 나선다면 BS금융과 DGB금융이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자산규모로 보면 BS금융이 앞서지만 DGB금융도 만만치 않은 지방은행권의 2인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BS금융 자산규모는 42조원, DGB금융은 32조원대 수준이다. DGB금융은 BS금융을 따라잡기 위해 그동안 인수·합병(M&A) 등을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두 금융의 계열사도 별반 차이나지 않는다. BS금융은 부산은행을 비롯해 BS투자증권, BS캐피탈, BS저축은행, BS신용정보, BS정보시스템 등 총 6개를 갖고 있다. DGB금융은 대구은행과 DGB캐피탈, 카드넷, 대구신용정보, DGB데이터시스템 등 5개를 거느리고 있다.
 
현재 지방은행들이 가장 눈독 들이는 분야는 신용카드 분야일 가능성이 높다.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너도나도 카드분사에 나서고 있지만, 지방은행들 가운데 카드를 분사하거나 출범한 곳은 단 한곳도 없기 때문이다. 지방은행들은 현재 모두 BC카드와 연계해 카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만약 비은행권 경쟁이 본격화된다면 신용카드 경쟁이 가장 먼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BS금융과 DGB금융은 이미 BC카드 서비스를 통해 카드사업을 진행 중이고 카드회원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다.
 
지방은행들의 보험사 출범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방은행들은 계열사로 보험사를 소유한 곳이 한곳도 없다. 보험 시장은 고객들에게 적립식으로 받은 자금을 장기적으로 운용해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 가입기간이 10~20년 이상 장기상품이 많아 자금운용이 용이하다는 평가다. 특히 지방은행들은 대구와 부산, 경남 등 지방고객들에게 특화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대형보험사와 경쟁해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보험의 특성상 대부분 영업과 인맥 등으로 계약이 유치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은 수년 전부터 은행과 비은행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잇따라 카드 분사를 시행했다"면서 "지방은행들 역시 비은행권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일부 지방은행들은 시장점유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지방은행의 전업계 신용카드 분사가 충분히 가능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시중은행과 먹거리 경쟁 치열

이처럼 지방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성을 찾는 이유는 은행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의 수익이 은행에  집중된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비은행권을 설립하거나 덩치를 키우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외에도 과거에 비해 영업환경이 나빠진 것도 지방은행들이 변화하려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그동안 지방은행들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닥쳐도 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견실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방은행들이 지역적 특성을 잘 살리고 고객관리에 철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중은행들과의 경쟁에서는 사실상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만일 시중은행들이 고금리 상품을 내놓고 실질적인 혜택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지방은행 고객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들에게 유리한 규제도 지방은행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 대구, 광주, 경남, 전북, 제주은행 등 6개 지방은행들은 최근 시중은행들과 공정경쟁을 할 수 있도록 영업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안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건의안에는 ▲지방은행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 축소 ▲지자체 시금고 등의 지정 및 입찰기준 변경 ▲시중은행의 출혈 금리경쟁 자제 ▲중소기업 대출금리 비교공시의 문제점 등 5~6가지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방은행들이 가장 시급하게 개선을 요구하는 분야는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 규제 완화다.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은 60%대로 시중은행의 45%보다 높다.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이란 한국은행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취급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만약 중소기업대출비율이 미달되면 한국은행이 지원하는 총액대출한도 중 일부를 회수당하는 불이익을 받는다.
 
농협이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금고 등의 입찰 방식이나 지정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각 지자체 도금고의 경우 농협이 독점하고 있고 교육청 등 교육기관 입찰에서도 농협이 절대 우위를 지키고 있다.
 
지방은행들은 이외에도 지난해 10월부터 시행 중인 '중소기업 대출금리 비교공시'도 시중은행과 일률적인 기준으로 공개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지방은행의 경우 지역 중소기업들의 신용도가 낮아 대출금리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지방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산규모나 순이익을 보면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 게임도 안된다"며 "시중은행이 넘쳐나는 자금으로 지방경제에 침투하면 결국 지방은행들만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역 기관이나 지자체 기여도, 지역사회 공헌 등을 보면 지방은행이 훨씬 높은데도 입찰 기준은 농협에 유리하게 돼 있다"면서 "이제는 금융당국이 지방은행과 시중은행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중은행들도 할 말은 있다. 글로벌 악재가 지속되면서 해외시장 개척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것. 은행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외화 유동성과 가계부채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몰라 시중은행들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대부분의 은행들이 경영전략을 해외에서 내수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지방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