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K-IFRS(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재무제표 작성기준이 종전과 달라지다보니 외형상 흑자라도 실제가치는 적자인 기업, 적자로 보이더라도 알고보면 알짜기업인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기관인 리스크컨설팅코리아는 최근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달라진 재무제표 작성기준 때문에 실적이 실제와 다르게 나타난 기업의 사례를 정리해봤다.
◆영업이익 볼 때는 기타손익 빼고 봐야
국내 대표 IT기업 중 하나인 삼성SDI는 최근 반기보고서를 통해 IFRS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203억5500만원으로 전년 동기(-341억2600만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삼성SDI의 반기영업이익은 매출(2조4399억원)에서 매출원가(2조2029억원), 판매비와 관리비(2672억원)을 뺀 후에 기타수익(553억원)을 더하고 기타비용(47억원)을 빼는 방법으로 산출됐다.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이 '기타수익' '기타비용' 항목이다.
삼성SDI 반기보고서에 첨부된 반기검토보고서 중 '반기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살펴보면 삼성SDI의 기타수익은 매도가능 금융자산 처분이익이나 자산처분 이익, 잡이익 등의 계정으로 구성돼 있다.
영업이익을 구성하는 항목임에도 IT업체인 삼성SDI의 본연의 영업과는 큰 연관이 없다. 바로 이 기타수익이 올해 552억8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의 기타비용은 대손상각비나 자산처분 손실, 잡손실 등으로 구성되는데 올해 기타비용은 47억원으로 전년 동기(1245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온다.
기타수익을 구성하는 계정 역시 삼성SDI의 영업활동과 큰 연관이 없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기타수익에서 기타비용을 뺀 삼성SDI의 기타손익은 올 상반기 505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503억원) 대비 1000억원이나 늘었다. 잡손실 계정이 1240억원에서 37억원으로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기타손익 항목을 제외할 경우 삼성SDI의 반기영업이익은 -302억원으로 적자전환했음을 알 수 있다.
발전설비 정비업체인 한전산업개발은 삼성SDI와 달리 실제 가치보다 축소된 영업이익이 발표된 사례다. 한전산업개발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135억6000만원(K-IFRS 별도기준)에서 올 상반기 -57억원으로 적자전환한 것으로 발표됐다.
한전산업개발의 영업이익 역시 매출(1201억7000만원)에서 매출원가(1005억원)와 판관비(79억5000만원)를 뺀 후 기타수익(2억7000만원)과 기타비용(177억원)을 가감해 산출됐다. 지난해 상반기와 올 상반기 한전산업개발의 기타수익은 큰 차이가 없지만 기타비용이 9억2000만원에서 177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한전산업개발은 투자주식 손상차손(76억원)과 소송충당부채 전입액(70억원) 등이 반영된 결과 기타비용이 늘었다. 이 같은 비영업성 비용을 제외할 경우 한전산업개발의 영업이익은 117억2000만원 흑자인 것으로 나타난다.
21일 기준으로 기타손익 항목을 제외할 경우 흑자영업이익을 발표한 기업이 적자로 분류된 경우는 코스피 상장사 12곳과 코스닥 상장사 31곳 등 총 43곳에 이른다. 적자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실제 영업이익이 흑자인 곳도 코스피 6곳, 코스닥 12곳 등 18곳에 달한다.
과거 K-GAAP(한국채택 일반회계원칙) 하에서는 영업이익 산출공식이 '매출-매출원가-판관비'로 단순했지만 IFRS로 바뀐 후에는 기타손익 항목이 추가되면서 삼성SDI와 같은 실적착시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더구나 기업마다 기타손익을 구성하는 항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삼성SDI에서 기타수익에 포함시키는 배당금수익의 경우 한전산업개발에서는 영업외손익 항목인 금융이익으로 분류돼 있다. 이 때문에 동종업계에 속한 기업끼리의 비교는 물론 같은 회사라도 과거 회계기준상 수치와 현재 수치를 비교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지분법손익 빠진 당기순이익도 '함정' 주의
K-IFRS는 당기순이익 항목을 볼 때도 어려움을 초래했다. 종속기업이 있는 기업의 경우 K-GAPP는 당기순이익 산정 시 지분법 평가를 반영토록 하고 있는데 비해 K-IFRS의 별도보고서에는 종속기업이나 관계회사의 현재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당기순이익 숫자가 나온다.
우량한 종속기업을 다수 거느린 기업의 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은 실제가치보다 축소되는 반면 부실한 종속기업을 가진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실제보다 과다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KG케미칼의 반기검토보고서에는 K-IFRS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이 -33억5000만원 적자로 표기돼 있다. KG케미칼은 KG이티에스, KG옐로우캡, 케이지, 이니시스 등 종속회사 자산을 1704억원어치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들 기업의 지분법 가치는 KG케미칼 별도 당기순이익에 반영되지 못했다.
이를 찾아볼 수 있는 방법도 반기검토보고서 중 '반기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에 있다. 여기에는 종속회사의 지분가치를 반영했을 때의 당기순이익이 102억6000만원이라고 명시돼 있다. 별도재무제표상 발표된 수치에 비해 무려 145억원 이상 많다.
앞서 살펴봤던 한전산업개발 역시 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은 -28억3000만원 적자로 나오지만 이 숫자에도 양주골프클럽, 대한광물 등 종속기업 가치가 반영이 돼 있지 않다. 이들 종속기업의 지분법 가치를 반영했을 때 한전산업개발의 당기순이익은 33억5600만원 흑자인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웅진홀딩스의 재무제표상 영업이익은 152억원 흑자로 표기돼 있지만 여기에는 극동건설, 웅진폴리실리콘 등 종속회사의 가치가 빠져 있다. 이중 웅진폴리실리콘에서만 500억원 이상의 당기손실이 발생했고 함덕산단개발, 오피엠에스 등 여타 종속회사들의 당기손익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이 같은 종속회사의 지분가치를 반영한 웅진홀딩스의 실제 당기순이익은 -336억7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이 같은 실적착시는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회계기준원이 기업회계기준서 수정안을 마련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작성지침을 수정키로 했기 때문.
리스크컨설팅코리아의 이정조 대표는 "최근 논의되는 회계기준 수정안은 사실상 K-GAAP 수준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IFRS로 인한 착시효과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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