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원 시장을 잡아라!' 초슬림 담배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국내 선두업체인 KT&G의 '에쎄'와 외국담배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에쎄가 2500원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 우위를 점하자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BAT코리아)나 필립모리스 등 외국 담배회사들까지 가격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KT&G의 에쎄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 초슬림 담배시장에서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초슬림 담배시장에서 에쎄의 점유율은 86%에 달한다. 나머지 14%는 BAT코리아의 던힐 파인컷슈퍼슬림과 필립모리스의 버지니아슈퍼슬림, 보그 등이 분할하고 있다.


이들 외국담배회사는 담배가격을 올린 지 두달 만에 이례적으로 다시 가격을 내리는 등 가격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경우도 있어 초슬림 담배시장에서의 경쟁은 점차 심화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 초슬림 담배 독보적 1위 '에쎄'

지난해부터 BAT코리아나 필립모리스 등 외국담배회사들은 가격인상에 돌입했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가격을 내린 건 초슬림 담배 제품이었다. 국내 판매 1위인 KT&G의 '에쎄'와의 경쟁에 승부를 걸기 위함이었다.


그동안 외국담배회사가 가격을 올리는 사이 KT&G는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으로 가격을 동결했고 결국 가격의 차별화는 시장 점유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국내 담배시장에 대한 외산담배의 시장점유율은 인상 전인 2010년 41.5%에서 2012년 38.0%로 3.5%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초슬림 담배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외국담배회사는 초슬림 담배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에쎄를 추격하기 위해 가격인하 정책을 단행했다.

지난해 초 필립모리스의 초슬림 담배인 버지니아슈퍼슬림과 보그는 모두 가격을 2500원으로 조정했다. 버지니아슈퍼슬림은 2900원이었던 것에서 무려 400원이나 내렸고, 보그는 2700원에서 200원을 인하했다. 버지니아슈퍼슬림의 경우 인하폭이 13.7%나 될 정도다. 당시 한국필립모리스는 "KT&G의 에쎄와 정면승부를 펼치기 위해 버지니아슈퍼슬림의 가격을 갑당 2900원에서 2500원으로 인하한다"고 설명했
다.

던힐 파인컷슈퍼슬림도 자존심을 버려야 했다. 지난 4일 당초 2700원이던 가격을 2500원으로 내린 것이다. 이는 KT&G나 필립모리스의 초슬림 담배가 모두 2500원인 것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없어진 탓이다. 이번에 인하된 제품은 던힐 파인컷슈퍼슬림 6.0mg, 3.0mg, 1mg, 0.1mg, 프로스트 등 5종이다.

가이 멜드럼 BAT코리아 사장은 "초슬림 담배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가격인하를 결정했다"며 "던힐 파인컷슈퍼슬림의 품질과 프리미엄 이미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외국계는 '에쎄 벽' 넘기 '진땀'

외국산 담배회사가 에쎄와 가격을 맞추며 경쟁에 뛰어든 이유는 전체 담배시장에서 초슬림 담배의 시장점유율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초슬림 담배시장은 여성과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전체 담배시장의 22.5%를 점유하던 초슬림 담배는 지난해 말 29.9%로 근 10년 새 크게 성장했다. 그중 에쎄가 차지하는 비중은 86%로 독보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외국산 담배회사의 가격인하 방침에 대해 꼼수라고 지적한다. 판매량이 급감한 초슬림 담배는 가격을 내리는 반면 시장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일반 제품의 판매가는 인상하거나 유지하는 가격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들이 에쎄의 벽을 넘지 못하고 담배가격을 잇따라 내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현지기업의 경쟁제품보다 가격을 낮추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브랜드별 가격정책 가이드라인을 깨고 국내시장에서 초슬림 제품 가격의 역전현상마저 감수하며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은 그만큼 에쎄의 아성이 견고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 초슬림 '에쎄 돌풍' 이유는?

에쎄는 초슬림 담배시장에서 후발주자이지만 무서운 성장세로 시장점유율 1위를 석권하고 있다. 외국계 담배회사들이 1988년 국내에 진출한 이후 고전하던 KT&G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한 브랜드 역시 에쎄다.

에쎄가 지난 10년간 국내 담배시장에서 1위 브랜드 자리를 지켜온 덕에 KT&G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략에 맞설 수 있었다. KT&G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62%로 전년보다 3%포인트 오르며 최근 2년 연속 증가했다.

에쎄는 1996년, 20∼30대가 주요 수요층인 휘네스, 보그 등 외국산 초슬림 담배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됐다. 길이가 100㎜로 일반 담배에 비해 16㎜가 긴 반면 지름은 0.5㎜로 0.3㎜가 가늘다.

1996년 단 1대의 기계로 에쎄 생산을 시작한 KT&G는 세계 최대의 초슬림 담배 생산·판매기업으로 변모했다. 국내의 대전 신탄진공장과 러시아를 비롯한 해외 3개 공장에서 연간 약 400억개비의 에쎄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 초슬림 담배 생산량의 약 35%로 추정된다.

KT&G는 이미 전세계 초슬림 담배 생산장비의 약 25%인 30대를 보유한 상태다. 이후 지속적인 해외수요 확대에 따라 향후 에쎄의 생산설비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에쎄의 수출은 지난 2001년부터다. 600만개비를 수출한 이후 매년 수출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전세계 40여개국에서 판매되며 러시아를 비롯해 중동, 중앙아시아 등 일부국가에서 초슬림 담배 순위 1~2위를 달리고 있다. 해외 진출 5년 만인 2006년에는 연간 수출 100억개비를 돌파했고, 2011년에는 210억개비를 판매해 해외시장 개척 10년 만에 연간 200억개비 해외판매 시대를 열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