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엠은 ESL을 핵심 사업으로 삼아 세계 시장을 공략 중이다. ESL은 상품 정보를 통신 네트워크로 연결된 디스플레이에 표시하는 시스템인데 이미 세계 50여개국 4만4000여개 매장에 솔루엠의 ESL을 공급했다. 최근 중국산 ESL의 불량 문제가 불거지면서 솔루엠이 대안으로 부상되는 것도 호재다. 2025년에는 유럽에만 전년보다 두 배 많아진 약 5000만개의 ESL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역시 3000만~4000만개 수준까지 공급 물량이 확대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솔루엠은 ESL 시장에서 납기, 가격, 품질의 균형 측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다고 평가된다. 베트남 하노이 생산기지를 비롯해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며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갖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럽과 일본 시장의 수요 회복세에 맞춰 실적이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업 확장도 순조롭다. 진단 관련 사업이 주력인 헬스케어업체인 자회사 솔루엠헬스케어는 최근 지디케이화장품 지분 54.6%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헬스케어업체는 미용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가 많아 지디케이화장품이 솔루엠의 영업망을 등에 업는다면 성장 동력이 강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솔루엠은 작년 연결 기준 매출 1조5944억원, 영업이익 689억원을 기록했다. 탄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ESL이라는 B2B 기반 사업 특성상 대중과의 접점이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 사이에선 "이 정도 실적이면 주가도 재평가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기술 혁신에만 매진해 인지도 제고에 소홀했던 탓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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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인지도에 경영진 팔 벗고 나섰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솔루엠 경영진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전성호 대표를 포함한 핵심 임원들이 활동에 적극 나서는 한편 기존 투자자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전면 쇄신했다. IR팀을 강화하고 시장과의 거리 좁히기에 주력하고 있다.
주주환원책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솔루엠은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본격적으로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발표하며 시장의 기대를 끌어올렸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단기 성과뿐 아니라 장기적인 신뢰 확보에도 무게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 임원들까지 연봉 동결에 나서면서 책임 경영 의지를 강력하게 보이고 있다.
한국의 워렌 버핏으로 불리며 투자 성공신화를 수차례 쓴 VIP자산운용이 솔루엠을 눈여겨 보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VIP자산운용은 몇 달 전 솔루엠 주식을 60만주 추가로 사들여 기존 270만8773주(5.42%)에서 332만6192주(6.66%)로 매입 비중을 늘렸다.
단순한 수익률 추구가 아니라 기업 잠재력을 중시하는 VIP자산운용인 만큼 솔루엠이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VIP 자산운용은 그동안 아세아(지분율 11.81%), 풍산홀딩스(지분율 11.83%), HL홀딩스(11.78%) 등을 보유하면서 높은 수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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