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세계 투자시장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해졌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했다. 금뿐만 아니라 안전자산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국채도 매수세가 몰리면서 금리가 하락했다. 지난해 4월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추가적인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남유럽 국가들의 불확실성을 반영하면서 2%를 하향 돌파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중순 미국 국채금리에 변화가 발생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가 10개월 만에 다시 2%를 상향 돌파한 것이다. 물론 미 연방준비은행(FRB)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한달마다 850억달러의 미 국채와 모기지증권을 사들이겠다고 밝히는 등 여전히 미국 국채에 대한 선호세력이 존재한다. 하지만 미 국채금리가 상승세로 전환했다는 것은 그만큼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부채한도에 대한 논란이나 시퀘스터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음은 금값이 하락하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선물가격은 온스당 1750달러를 기록했으나, 올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20일(현지시간)에는 4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이 온스당 1578달러에 거래돼 지난해 7월24일 이후 7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독일의 10년물 국채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독일 국채금리는 유로존 전체에 대한 리스크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로 꼽힌다.

조 연구원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세는 리스크 수준의 완화와 추가적인 경기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며 "유럽 국채금리의 움직임 또한 시장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있는 국면임을 나타내주는 긍정적인 시그널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세로 전환했다 하더라도 기존의 하락추세에서 완전 이탈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다. 미국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여전히 양적완화 정책을 쓰고 있어서다.

하지만 미국경기가 조금씩 회복될 기미를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양적완화 종료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2월20일(현지시간)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월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FOMC 내에서 양적완화 종료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전에 비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조만간 양적완화가 종료되고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미 연준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00~125bp(1~1.25%포인트)가량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연준의 양적완화에 대한 입장 변화는 미국 국채금리를 상승세로 전환시키고 국내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아시시 말홀트라(Ashish Malhotra)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아시아 자본시장본부장은 2월19일 수출입은행이 홍콩에서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올해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 전망 등으로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변곡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