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④속도 붙은 사모펀드 규제 움직임, 내용 살펴보니
[한국경제를 삼킨 사모펀드] 국회 입법안, 사모펀드 차입 규제 강화 및 공시·감사 의무 적용에 방점
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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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사회·경제적으로 대기업 못지않은 영향력을 미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으며 정부 역시 규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왕적 자본'으로 군림하는 사모펀드의 역탈 경영 관행을 끊어낼 수 있을지 현재의 흐름을 짚어봤다.
사모펀드(PEF)의 투명성과 건전성 확보를 위한 국회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과도한 차입을 제한하고,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등 고강도 규제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도 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향후 관련 제도 전반에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국정감사의 가장 큰 화두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였다. 주요 상임위원회 국감 증인에 채택되며 여야의 뭇매를 맞았다. MBK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사태,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흐름 속 국회는 사모펀드의 순기능은 보존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규제를 마련하고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PEF의 단기 차익 중심 경영 고착화가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히 우려된다"며 "PEF의 순기능을 살리되 역기능을 최대한 억제하는 건전한 규제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평택시병) 등 12인은 사모펀드 차입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모펀드 차입 한도를 순자산의 400%에서 200%로 낮추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 내부거래·투자목적회사(SPC)를 통한 거래 시 이해 상충 여부와 통제 수단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김현정 의원실은 "빚으로 기업을 사는 게 아니라 운용사의 역량과 리스크 관리 능력으로 평가한다는 시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무리한 차입이나 자산 매각을 유도하는 구조를 차단해 시장의 전반적인 안정성을 강화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투자 기반까지 넓어질 것으로도 기대된다. 김현정 의원실은 "개정안의 200% 한도는 EU 대체투자 펀드 운용지침(AIFMD) 등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에 맞춘 것"이라며 "느슨한 규제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고 국내 자산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사모펀드 책임 중심 평가구조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민병덕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안양시 동안구갑) 등 12인도 지난 7월 사모펀드의 공시 의무를 확대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모펀드에만 적용하던 분기별 자산운용·영업보고서 제출·회계감사 수감 의무를 일반·기관전용 사모펀드에도 부과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사모펀드는 운용 내역과 재무 현황 공개가 면제돼 정보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민병덕 의원실은 "MBK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사모펀드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한다"며 "투자 실패 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는 다른 기업들과 같은 조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모펀드 자금의 상당 부분은 국민연금, 보험료 등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공적 자금의 성격이 강하다"며 "투자 실패 시 국민이 손해를 입으므로 기업공시 등을 통해 신중하게 투자하고, 손실 피해를 예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상훈 의원(국민의힘·대구 서구)도 사모펀드 규제 마련에 힘쓰고 있다. 김상훈 의원실은 "재투자 의무기간을 통해 배당의 일정 부분을 인수 기업에 다시 투자하는 규정을 두려고 한다"며 "MBK의 경우 홈플러스·롯데카드 등을 교차지원하고 있는데, 이러한 부실 교차 지원에 대한 명확한 공시가 이뤄지는 제재 조항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사모펀드의 국가기간산업 인수를 보다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훈 의원은 지난 14일 국감에서 MBK의 고려아연 인수전에 대해 "대한민국의 중요한 기술을 해외자본에 매각하게 되는데 이를 국민들이 눈 뜨고 지켜봐야만 하느냐"며 "사모펀드가 국가기간산업에 해당하는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는 별도 방책을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MBK는 영풍그룹과 함께 지난해 9월부터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최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경쟁적 공개매수까지 감행하며 분쟁의 불씨를 키웠다. 김상훈 의원실은 이와 관련해 "고려아연을 비롯해 국가 기술이 (사모펀드로부터) 탈취되지 않도록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금융당국도 사모펀드 규제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부에서도 움직임이 나타나는 만큼 향후 제도 개선에 속도가 날 것으로 관측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날 "시장 자율에만 맡기지 않겠다"며 "사모펀드가 머니게임식 행태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며, 고액 배당 규제 등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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