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국물라면 '시들', 삼양·오뚜기 2위싸움 '빨개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하얀 국물 라면의 인기가 시들해짐과 동시에 업계의 점유율에도 변화의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
라면업계는 1970년대 이후 1위 농심이 7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독주체제를 지속하고 있고 삼양식품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하얀 국물 라면의 인기가 떨어지자 이는 곧 삼양식품의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고 '만년 2인자' 자리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몰렸다.
삼양식품이 주춤하는 사이, 근소한 차이로 3위에 머무르던 오뚜기라면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특히 대학교 매점에서 판매되며 '대학생라면'으로 인기를 끈 용기면 형태의 '참깨라면'이 지난해 말 봉지라면으로 출시된 이후 시장의 반응이 좋다. 오뚜기라면은 이러한 신제품의 인기와 함께 기존 '진라면'도 시장에서 꾸준히 마케팅을 지속했다. 오뚜기라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95억원으로 전년 약 63억원에 비해 크게 신장했다.
우원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양사의 이익 규모 면에서도 삼양식품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전반적인 회사의 규모 면에서도 오뚜기가 유통업에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우 연구원은 "이는 올해 이후 앞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한동안은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우원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양사의 이익 규모 면에서도 삼양식품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전반적인 회사의 규모 면에서도 오뚜기가 유통업에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우 연구원은 "이는 올해 이후 앞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한동안은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자존심 구긴 삼양식품
국내 라면업계 50년의 역사는 삼양식품이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라면을 생산한 게 삼양식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 '삼양라면'과 '소고기면', '김치라면' 등의 히트작을 낸 삼양식품은 농심에 1위를 내주게 된다. 라면명가 삼양의 첫 굴욕인 셈이다. 2011년에는 하얀 국물 라면의 인기를 틈타 출시한 나가사키라면이 큰 인기를 끌지만 이마저 주춤해짐에 따라 올해는 2위 자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AC닐슨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과 12월, 삼양식품은 근소한 차로 오뚜기라면에 추월을 당했다.
최남석 삼양식품 홍보실장은 "통상 업계의 점유율은 분기 혹은 연단위로 매겨야지 월단위의 성적은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최 실장은 "지난해 봄부터 하얀 국물 라면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고 다시 맵고 빨간 국물로 소비자의 취향이 바뀌었다"며 "하얀 국물 라면이 부진하지만 그 중에서도 오뚜기의 '기스면'이나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에 비해서 나가사키짬뽕은 강세다. 하얀 국물 라면시장에서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나가사키짬뽕'의 매출액은 월 20억~30억원 수준. 전성기였던 2011년 말에는 100억원을 넘어서며 간판브랜드인 '삼양라면'의 월 매출액 90억원을 능가하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이러한 인기를 타고 하얀 국물 라면 시장의 확대와 함께 나가사키짬뽕 판매라인을 증설하는 등 투자를 기울였지만 시장이 주춤함과 동시에 과잉공급의 문제에 직면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성적은 이를 잘 말해준다. 2011년 약 151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에는 약 81억원으로 반토막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를 두고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 측이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며 "시장상황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도 "삼양식품의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나가사키짬뽕 한 제품을 중심으로 올라갔던 점유율이 빠지면서 회사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양식품이 나가사키짬뽕 후속으로 출시한 제품의 성적이 부진한 것 역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돈라면'을 출시하고 1800원대의 프리미엄급 라면인 '호면당' 브랜드를 내놓았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 삼양식품은 이러한 분위기를 설욕하고 매운 맛에 대응하고자 지난해 4월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일단 성적은 좋다. 회사 측에 따르면 첫 출시 이후 꾸준히 매출이 오르면서 올해 2월에는 월 매출이 15억원에 달했다.
최 실장은 "불닭볶음면의 성장세가 좋다. 매월 15%씩 신장하고 있다"며 "올해 말에는 20억~30억원 이상으로 올라 상당한 히트 상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위 자리가 위태로운 삼양식품은 올해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까. 최 실장은 "삼양식품 50년 동안 대내·외적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다른 회사를 의식하지 않고 '삼양라면'을 간판 브랜드로 하면서 신제품인 불닭볶음면을 잘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
◆ 2위 향한 신중한 접근, 오뚜기라면
이런 가운데 라면업계 2위 자리를 위협하는 추격자는 역시 오뚜기라면이다. 오뚜기라면은 지난해 7월 출시한 '참깨라면'의 내수 및 수출 호조에 힘입어 2위 자리를 꾸준히 넘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2002년 8월 이후 10년 2개월 만에 2위 자리를 빼앗기도 했다.
오뚜기라면의 지난해 매출액은 4215억원, 2011년도에 비해 13% 증가한 수치다. 회사 측은 고무적이지만 애써 이를 감추는 분위기다. 강구만 오뚜기 홍보실장은 "아직까지는 두달 정도만 2위를 했을 뿐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어 경쟁업체와 감정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6개월 이상 순위를 확고히 한 이후에는 명실상부한 2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실장은 "경쟁사인 삼양식품이 부진한 탓도 있었지만 신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점유율 등에서 우리가 앞섰다"며 "앞으로 참깨라면을 비롯해 신제품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유통업계의 또다른 관심사는 '섞어먹는 라면'이다.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농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짜파구리'가 소개돼 인기를 끌면서 두 라면이 날개돋힌 듯 팔리고 있다. 농심에 따르면 짜파게티와 너구리는 TV프로그램 방영 이전 대비 30%이상 매출이 늘었다.
이에 힘입어 '파생 짜파구리'도 유행을 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양식품의 라면 제품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 '짜파구리'의 레시피를 변형해, 짜파게티에 '불닭볶음면'의 매운맛 스프를 넣는 새로운 라면 레시피가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이 하나의 자체로 완성된 요리면서도 무궁무진한 레시피가 나오는 장점이 있다"며 "짜파구리뿐 아니라 어떤 토핑을 넣느냐에 따라서 여러가지 맛이 나오는 장점이 있는 간편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 스스로가 창조적으로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인기있는 레시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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