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전세계를 달구고 있다. 전세계 기축통화인 미국달러화 및 EU 유로화 등 전세계 주요통화와 환전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환율변동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낱 '인터넷상의 가짜돈'이라고 치부돼 왔던 가상화폐가 현실세계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린든달러' 등 다양한 가상화폐가 인터넷과 현실세계를 달구고 있다. 지급보증기관도 없는 가상화폐가 현실세계에 뛰어들어 거래되고 사람들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이에 투자해도 되는 것일까. 가상화폐는 무엇이고, 문제는 없는 것인지 집중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비트코인에 대해 시장에서는 신뢰성이 무너진 중앙은행에 대항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부각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제도권을 대체하는 새로운 가치저장 수단으로 떠오르며 마치 자유의 상징처럼 취급받는 경향도 있다.


특히 비트코인은 투자수단으로도 부각된다.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주커버그와의 소송으로 유명해진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가 지난해 여름부터 투자목적으로 대량의 비트코인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비트코인은 중앙은행과 같은 기반 시스템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인기가 치솟고 있다. 기존의 화폐와 중앙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신, 예금마저도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이 정부가 빼앗아 갈 수 없는 대안화폐로 사람들을 몰아넣은 것이다.

◆보안, 그리고 해킹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의 경우 사실 디지털세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가지는 약점이 있다. 바로 ‘보안’ 문제다.


지난 1분기 글로벌 보안 위협 중 가장 크게 증가한 것이 ‘비트코인’을 훔치기 위한 봇넷으로 조사됐다. 봇넷은 악성코드에 감염된 PC들로 이뤄진 네트워크다.

지난 18일 포티넷의 인터넷 위협 분석 및 연구기관인 포티가드랩(FortiGuard Labs)은 비트코인 채굴(Bitcoin-Mining)과 연관된 봇넷인 '제로엑세스'(ZeroAccess)가 올 1분기 전세계 고객사에 설치된 전체 포티게이트(FortiGate) 장치가 감지한 최대 위협요소였다고 보고했다.

포티가드랩 리차드 헨더슨(Richard Henderson) 보안 전략가 겸 위협 연구원은 “올 1분기에 제로엑세스 봇넷의 소유자가 그들의 통제하에 봇(Bots)을 유지하고 확장하고 있었다”며 “지난 3개월 동안 제로엑세스의 소유자는 그들이 감염시킨 호스트에 20개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전송했다”고 밝혔다.

전세계 포티게이트 장비의 보고에 따르면 제로엑세스는 현재 가장 위협적인 봇넷으로 밝혀졌다. 제로엑세스는 주로 클릭 사기(Click Fraud)와 함께 비트코인 채굴로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헨더슨은 “비트코인의 열기와 가치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우리는 또 다른 봇넷의 소유자들이 자신이 개발한 봇넷을 비트코인과 유사한 형태로 사용하거나 기존의 비트코인 시장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백명의 포졸이 한명의 도둑을 못 잡는다’는 옛말처럼 보안의 세계는 먹고 먹히는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보안결함(익스플로잇)은 끊임없이 발견되고 있으며, 이를 가지고 공격하는 제로데이어택도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등하자 비트코인 환전소에 대한 해킹시도가 벌어졌고 DB에 손상이 가며 비트코인이 사라진 사례도 있다.

◆돈세탁에 악용되는 가상화폐

사실 이전부터 가상화폐의 ‘환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지적돼왔던 문제점이 마약 거래나 도박 등 ‘검은 돈’의 세탁에 악용될 가능성이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등하며 많은 사람들이 알기 전부터 비트코인은 적지 않은 사이트에서 온라인 결제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그러면서 금융감독당국의 감시를 피해 지하에서 거래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결제 자체가 중앙기관 없이 P2P로 분산 처리되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누가 비트코인으로 누구와 거래했는지 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장점 덕분에 위키리크스와 해커집단 룰즈섹이 비트코인으로 기부금을 받기도 했다.

비트코인의 거래내역 자체는 열람할 수 있지만 사용자가 익명으로 처리되고 한사람이 여러개의 ‘전자지갑’을 갖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다보니 ‘암시장’에서 각광 받아 국제사회에서 경제 제재를 받는 나라에서 달러 대신 비트코인을 사용해 해외 금융거래에 이용하고 있다는 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용보증체계가 없어 위험하긴 하지만 얼마든지 추적이 가능한 은행권 거래 대신 지하자금들이 비트코인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5월 대형은행들의 불법 돈세탁 같은 흐름이 비트코인의 제3자간 거래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거품 논란에 빠진 비트코인

최근 비트코인이 이슈가 되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인기는 현 시점에서 볼 때 거품이라는 평가가 짙다.

애시당초 ‘실험’에 불과했던 이 가상화폐가 환금까지 가능해진 것은 누군가가 이 가치를 인정해줄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 때문이다. 사실 그 어느 누구도 비트코인에 대한 100%의 지급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전에도 싸이월드의 도토리, 세컨드 라이프의 린든달러 등 한때 현금에 가깝게 취급되다가 한풀 ‘꺾인’ 가상화폐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안화폐로 떠오르는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쉽사리 제거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최근 들어 가격이 급격히 치솟으며 유통가치가 급증, 버블 논란이 커졌다. 그러면서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대신 거품은 빠르게 사그러들었다. 한때 240달러가 넘던 환율은 급락했다 다시 반등하는 등 ‘널뛰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일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1비트코인당 12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가상 화폐, 현실 화폐를 밀어낼 수 있을까

비트코인 자체는 총량이 2100만비트코인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가상화폐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세계 최대거래소인 Mt.Gox에는 비트코인의 복제품인 '라이트코인'(Litecoin)이 등장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 외에도 오는 5월 출시될 예정인 리플(Ripple)과 같은 가상화폐도 있다.

물론 실제 화폐와 비교했을 때 아무것도 보증해주지 않는 가상화폐들이 현대 금융경제의 중심인 중앙은행체제를 밀어낸다는 것은 현 시점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은 “비트코인과 이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화폐발행의 권한을 남용한다고 생각하는 자유주의자들”이라며 금본위주의자(goldbug)에 빗대 비트버그(bitbug)라고 칭하고 “다른 사람들이 이를 받아줄 것이라는 헛된 믿음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를 믿고 온라인쇼핑몰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게 변경하고, 오프라인에서조차 비트코인을 받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최근 뉴욕의 한 바(Bar)에서는 술값을 비트코인으로 받는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세계 금융경제에 새로운 흐름으로 다가오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비트코인에 투자해 최소 60% 이상의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캐머런 윙클보스와 타일러 윙클보스 형제는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버블이라고 하지만 언젠가 ‘실제 화폐가 여기에 다 있었네’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