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선수의 마케팅 효과요? 쉽게 말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특히 해외에서는 천문학적인 홍보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많은 선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진영 KB금융지주 홍보부 팀장)

KB금융지주가 박인비 선수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5승에 활짝 웃고 있다. 지난 5월 후원사로 나선 KB금융이 국내외에서 박인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가다.


박인비 선수는 지난 24일(미국시간)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시즌 5승째를 기록했다. LPGA 투어 통산으로는 8승의 쾌거다.

물론 프로선수가 우승했다고 후원기업에 마케팅 효과가 당장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통상 프로선수들의 후원 미디어 노출 효과는 한달 정도 지나야 결과를 알 수 있다. 하지만 KB금융은 벌써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진영 팀장은 "(박인비 마케팅 효과를) 산술적으로 보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이야기 할 수 없지만 'KB금융과 함께하면 성공한다'는 홍보전략이 국내외에서 통한 것 같다. 아마도 국내에서만 수십억원의 가치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비 선수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때마다 유니폼과 모자 등에 새겨진 KB금융 로고가 전세계로 전송된다. 따라서 눈에 보이지 않는 홍보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

KB금융과 박인비 선수의 인연은 조금 특별하다. 세계 정상자리를 차지하다가 슬럼프에 빠진 박인비는 최근 2년간 후원사 부재로 외국기업의 로고를 달고 골프 시합을 펼쳤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국내 기업들이 후원을 외면한 것.

KB금융은 올해 초부터 박인비 선수에 대한 검증에 나섰다. 세계여자골프 랭킹 1위 선수가 외국기업 로고를 달았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 박 선수의 검증결과 두가지 결론이 나왔다. 심성이 좋고 멘탈이 강해 앞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것.

그리고 KB금융은 지난 5월 초 박인비 선수와 4년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박 선수는 이후 2번 연속으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후원기업이 생기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이 우승행진의 비결인 셈이다.

특히 박인비 선수는 오는 27일(한국시간) 열릴 예정인 US오픈에서도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US오픈마저 우승하면 한시즌 메이저 최다승이다. 이렇게 되면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던 KB금융으로서는 '대박'을 맞게 된다.

무엇보다 박 선수와의 계약기간이 화제다. 일반 골퍼들의 평균 계약기간은 3년 안팎이다. 그러나 박인비 선수의 경우 '2016 리우데자네이르올림픽'까지 KB금융이 후원사로 적극 나서기로 했다.

김진영 팀장은 "리우데자네이르올림픽에서 박인비 선수의 메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면서 "그가 더 열심히 운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속 국민 시름 덜어준 박인비

IMF 외환위기로 온 국민이 시름에 잠겼던 1998년 7월. 혜성같이 등장한 박세리 선수가 맨발의 투혼을 보이며 최연소 US오픈 정상을 차지했다. 꼬마 박인비는 TV를 통해 박세리의 투혼을 하나하나 지켜보며 꿈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정확히 10년만에 같은 대회에서 우승컵을 번쩍 들어올렸다. 박세리의 최연소 우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하지만 화려한 등장 이후 슬럼프에 빠지며 3년 넘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오랜 방황에 지쳐갈 즈음 연인 남기협씨가 약혼과 함께 기꺼이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투어 동행에 나섰다.

그리고 이듬해 두차례나 정상에 오르며 화려한 부활을 이끌어냈다. 그의 부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5승을 기록했고 여자골프 랭킹에서는 12.04점을 받아 2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8.52점)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달리고 있다. 11주 연속 세계여자랭킹 1위를 이어가는 셈이다.

이에 대해 많은 누리꾼들은 외환위기 속에서 희망을 불어넣어준 사람이 박세리 선수라면, 금융위기 속에서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주는 사람은 박인비 선수라며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