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승희 기자
가격·편의시설·교육환경 '미흡'… 임대용 투자가치, 주거용은 '글쎄'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덮인 조그만 교회당…."
가수 이문세의 명곡 '광화문 연가' 노랫말의 한 구절. 서울에서 가장 걷고 싶은 곳으로 꼽히는 정동길과 덕수궁 돌담길을 시처럼 음악처럼 매일 거닐 수 있다면…. 서울시 중구 순화동 1-67번지 일대에 들어서는 주상복합아파트 '덕수궁 롯데캐슬'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노래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한 걸음에 찾은 덕수궁 롯데캐슬 현장. 기대가 컸던 탓일까. 대상지 주변을 한참 둘러본 뒤 내린 결론은 '임대용 투자가치는 있지만 주거용으론 글쎄'였다.
◆분양가 저렴하고 임대수요 많긴 한데…
롯데건설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상가로 구성된 '덕수궁 롯데캐슬'을 공급하고 있다. 중구 일대에서는 워낙 오랜만에 공급되는 신규 아파트인 만큼 관심이 적지 않다.
지하 5층, 지상 22층 3개동 아파트 296가구, 오피스텔 198실로 지어진다. 이중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전용면적 31~117㎡인 아파트 247가구를 일반분양한다.
덕수궁 롯데캐슬의 평균분양가는 3.3㎡당 1636만원. 저렴한 분양가는 덕수궁 롯데캐슬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인근의 마포지역(3.3㎡당 1800만~2000만원)과 최근 분양한 왕십리 아파트(3.3㎡당 1800만원)에 비해 저렴하다.
롯데건설 관계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저렴하게 내놨고, 계약 즉시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다"면서 "전략적으로 크게 이슈가 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임대상품으로 투자가치도 높다. 순화동 일대는 서울시청·정부종합청사 등의 관공서와 각국 대사관·대기업·금융기관 등이 밀접해 있어 임차인 확보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근에 위치한 비슷한 규모의 주상복합들의 시세가 이곳보다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공실이 많다는 점이 걸린다. 김지연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도심이라 주변에 아파트가 워낙 없다보니 비교하는 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인근 주상복합 바비앵 매물이 3.3㎡당 1300만원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아 덕수궁 롯데캐슬이 딱히 파격적인 가격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바비앵 3차에 입주 중인 A씨도 "1300만원대 가격의 바비앵에도 공실이 많은데 굳이 1600만원대 덕수궁 롯데캐슬에 목 맬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인근 주상복합 아파트에 공실이 많다는 것은 공급이 많고 수요가 적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덕수궁 롯데캐슬로서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생활편의시설 부족…밤에는 '침묵의 도시'
"도심 한가운데 아파트가 있다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죠. 주변이 대부분 업무지역들이다 보니 생활편의시설은 부족할 수밖에 없고, 심지어 주말이면 죄다 문을 닫거든요. 주중에도 퇴근시간 이후에는 텅빈 침묵의 도시로 변해버리는데 가족과 함께 살아갈 주거지로는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대상지 인근 B헤어숍 원장)
'도심공동화'라는 말이 있다. 도시 중심부의 상주인구가 감소하고 도시 주변에 인구가 증가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써, '도넛화 현상'이라고도 불린다. 도심 상주인구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로 야간의 치안부재를 비롯해 주거기능 상실로 인한 슬럼화 등 다양한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중구는 이러한 도심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덕수궁 롯데캐슬의 주변환경도 매우 열악하다.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편의시설도 일찍 문을 닫는다. 도저히 주거지역이라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덕수궁 롯데캐슬 홍보 관계자는 "사실 주거용으로는 싱글족이나 직주근접을 원하는 분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가정의 따뜻함'이나 '보금자리' 개념으로 홍보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위한 파티부터 어르신들 교류까지 전 세대를 위한 커뮤니티가 열립니다'라는 덕수궁 롯데캐슬의 홍보문구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홍보 관계자는 "도심 속에 고급 주거지를 표방하다 보니 으레 나가야 하는 문구가 아니었나 싶다"고 답변했다.
◆교육환경 '열악'…초등학교 멀고, 남자중 無
이화여자고등학교와 이화외국어고등학교 등 명문학교가 위치해 고급 주거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다고 강조한 교육여건도 실체는 달랐다.
이화여고·외국어고는 경쟁이 치열한 사립고등학교로 거주자라고 해도 쉽게 진학할 수 없고, 예원학교는 예술계 특수중학교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이를 제외한 나머지 중·고등학교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 심지어 남자 중학교는 아예 찾아 볼 수조차 없는 열악한 실정이다.
어린 자녀를 슬하에 두고 있는 이들에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상지 인근에 미동초등학교와 덕수초등학교가 있지만, 미동초는 큰 길을 건너야 해서 위험요소가 존재하고 덕수초는 1.1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부모가 매일 출퇴근을 시켜줘야 할 판이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교육여건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라며 "덕수궁 롯데캐슬 입주자들의 자녀는 덕수초등학교에 다니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덕수궁 롯데캐슬 홍보 담당자는 "사실 학군에 대해서는 크게 강조할 생각이 없었다"면서도 "투자나 임대수익 쪽으로 강점이 있는 만큼 일반분양 247가구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덕수궁 롯데캐슬의 아파트 청약 일정은 10월1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2일 1·2순위, 4일 3순위 접수를 받는다. 11일 당첨자를 발표하며 16일부터 계약이 이뤄진다. 입주는 2016년 7월 예정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