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취업지원, 출산장려 한다더니… .' 내년부터 일하는 여성의 세(稅)부담이 늘어난다. 기혼여성은 물론 세대주인 미혼여성에게 주어졌던 부녀자 소득공제 제도가 축소되고, 출산에 따른 세제지원이 사실상 폐지된다.
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각종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고, 부녀자공제가 축소되는 안이 포함됐다. 이번 세법 개정으로 월급쟁이 4명 중 1명은 세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특히 '워킹맘' 지원이 축소돼 논란이 일고 있다.

부녀자 소득공제 제도는 배우자가 있는 기혼여성이거나 배우자가 없는 여성 중 부양가족이 있는 세대주를 대상으로 연 50만원을 소득공제 해주는 제도다.


주목할 점은 내년부터 부녀자 소득공제에 소득상한선이 새롭게 생긴다는 것. 과세표준 기준 소득금액이 1500만원 이하(총 급여 2500만원 이하)인 경우만 소득공제 혜택이 적용된다. 사실상 일부 저소득 근로여성을 제외하면 부녀자 공제를 받기 어려워진 셈이다.

자녀관련 소득공제도 자녀세액 공제 하나로 통합된다. 기존에는 6세 이하 자녀양육비, 출생·입양공제, 다자녀 추가공제 등이 중복 적용됐지만, 자녀세액 공제 하나로 복잡한 자녀지원 방식을 단순화했다. 자녀 2명까지는 한명당 15만원, 그 이상은 초과 1명당 20만원을 공제한다. 어린 자녀를 가졌거나 출산을 앞두고 있는 워킹맘들의 세부담이 늘어나게 된 것. 
 
당초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연봉 3450만원을 넘는 근로자 434만명(전체의 28%)의 세부담이 늘어나고, 3450만원 이하의 근로자는 오히려 세 부담이 감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납세자연맹이 맞벌이 여성의 실제사례를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연봉이 3450만원 이하라도 워킹맘(연봉 2500만원 초과 부녀자공제 50만원 축소)의 경우에는 도리어 세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급여가 3027만원인 맞벌이여성 B(본인공제, 4대보험, 주택자금공제, 신용카드공제, 부녀자공제, 의료비공제, 보장성보험료공제 적용)씨의 2012년 귀속 연말정산을 토대로 내년 귀속 근로소득에 대한 연말정산을 미리 계산해본 결과 세금이 무려 23%나 증가했다.

정부는 2015년부터는 자녀장려세제(CTC)를 신설해 자녀 1명당 50만원을 추가지급할 예정이지만 이 또한 맞벌이가정의 상당수는 배제된다. 연소득 4000만원 미만 가구(자녀 1인당 연간 최대 50만원까지 세액 환급)를 대상으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세법 개정안이 저소득층 지원으로 재편되면서 맞벌이 여성들의 상당수는 세부담이 늘어나게 된 셈이다. 이는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여성취업을 장려하겠다는 정책과도 배치된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9%로 남성(73.3%)에 비해 크게 낮다. 출산율도 OECD국가의 평균 합계출산율 1.7명보다 훨씬 낮은 1.297명으로 세계 최하위수준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출산율이 세계 최저수준인 현실에서 우대혜택은커녕 세제혜택을 축소한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며 "증세 없는 복지라면서 워킹맘의 지갑을 여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 3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