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월간 외식경영)
멀리 10년 전쯤엔 찜닭과 불닭이 유행했다. 4~5년 전엔 육회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 시장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오늘날 이들의 흔적을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유행이 지난 후 한순간에 모두 도태돼 버렸기 때문이다.
외식 창업시장에서 베스트셀러는 아이템 라이프 사이클이 극단적으로 짧다. 무분별한 표절과 모방 때문. 창업을 생각한다면 베스트셀러보단 시장 수요가 풍부한 스테디셀러를 찾아야 한다. 돈가스가 바로 그런 아이템이다.
돈가스는 시대 흐름에 따라 베스트셀러에서 스테디셀러를 오가며 수십 년째 사랑받고 있는 인기 외식 메뉴다. 1970~1980년대엔 최고의 가족외식 아이템으로, 21세기에 들어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점심식사 메뉴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우동, 소바, 스파게티 등과 세트 메뉴로도 잘 어울려 객단가를 높이기 쉬운 점도 큰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한껏 올라간 고객 눈높이는 창업자가 떠안아야 할 잠재적 리스크로 꼽힌다.
여기에 노동 강도가 센 점도 성공 창업을 어렵게 하는 장애요인으로 분석된다. '월간외식경영'에서는 예비창업자와 외식업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돈가스가 가진 창업아이템으로서의 특징, 리스크와 성공 포인트에 대해 짚어봤다.
◇ 중장년층의 향수와 추억 가득한 메뉴, 돈가스
어린 시절 경양식집에서 돈가스 한 번 썰어보는 게 소원일 때가 있었다. 어쩌다 어머니 손 잡고 경양식집에라도 다녀온 다음날이면 친구들 앞에서 종일 그 잊을 수 없는 맛을 자랑하느라 하루 해가 모자를 지경이었다. 그만큼 돈가스는 당대 최고의 외식 아이템이었다.
◇ 중장년층의 향수와 추억 가득한 메뉴, 돈가스
어린 시절 경양식집에서 돈가스 한 번 썰어보는 게 소원일 때가 있었다. 어쩌다 어머니 손 잡고 경양식집에라도 다녀온 다음날이면 친구들 앞에서 종일 그 잊을 수 없는 맛을 자랑하느라 하루 해가 모자를 지경이었다. 그만큼 돈가스는 당대 최고의 외식 아이템이었다.
경양식집에 칼질하러 간다는 말도 사실 돈가스를 썰러 간다는 것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입학식과 졸업식날 얼굴 세 배쯤 되는 돈가스를 요리조리 모양을 내며 신나게 썰었던 기억이 아직 선명히 남아있다.
달달하면서도 묵직한 수프 역시 강렬한 추억으로 다가온다. 입으로 후후 불면 접시 안에서 잔잔한 파도가 일곤 했다. 누구에게 뺏길세라 숟가락 가득 입 안에 떠 넣으면 진득한 맛이 혀 안쪽으로부터 착착 감겨들어 온다.
돈가스는 현대를 살아가는 30~40대 중장년층에게는 향수 어린 추억이 가득한 메뉴다. 특히 과거 1970~1980년대에 돈가스는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위엄이 대단했다.
돈가스는 현대를 살아가는 30~40대 중장년층에게는 향수 어린 추억이 가득한 메뉴다. 특히 과거 1970~1980년대에 돈가스는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위엄이 대단했다.
반면 오늘날 돈가스는 가볍고 간편한 식사대용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10~20대에게는 저렴한 비용으로 세련된 일식 분위기를 접해볼 수 있는접점 포인트가 돈가스다.
어린 시절 추억을 안고 사는 30~40대 직장인에게는 큰 고민 없이 아무 때고 사먹을 수 있는 점심식사 메뉴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저관여 아이템이 된 셈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시장 파이가 작아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연령과 세대를 불문하고 매우 높은 선호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제는 온 국민이 즐겨 찾는, 그야말로 국민 점심메뉴가 된 느낌이 강하다.
창업아이템으로서 돈가스는 폭넓은 시장 수요가 큰 매력이다. 여기에 매해 시장규모 또한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어 향후 전망까지 밝다. 창업자 입장에선 충분한 준비와 기획, 노력을 통해서 수준급 경쟁력만 갖춘다면 큰 기회를 거머쥘 수도 있다.
현재 시장에는 뚜렷한 차별화 요소 없는 고만고만한 업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 '밀피유', '정광수의 돈까스가게', '김추일의 수제돈까스' 등 유명 업소들은 고객 성원을 바탕으로 다점포를 운영해가고 있다. 경쟁력만 갖춘다면 짧은 시간 내에 단순 장사가 아닌 큰 비즈니스로 연결할 수도 있는 시장이 바로 돈가스 시장이다.
◇ 최고의 외식 아이템에서 인기 점심식사 메뉴로
기본적으로 한국인은 튀긴 음식에 대해 높은 니즈가 있다. 돈가스 시장이 놀라울 만큼 성장한 것도 이런 한국인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민 외식 아이템으로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다.
◇ 최고의 외식 아이템에서 인기 점심식사 메뉴로
기본적으로 한국인은 튀긴 음식에 대해 높은 니즈가 있다. 돈가스 시장이 놀라울 만큼 성장한 것도 이런 한국인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민 외식 아이템으로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다.
하지만 국내 돈가스 시장이 오늘의 모습을 하기까지 사실 꽤 많은 부침을 겪어왔다. 돈가스가 처음 이 땅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일제시대 때부터다. 정통 서양식에 대비되는 경양식(輕洋食)이라는 일본식 조어가 전해진 것도 그 무렵. 국내에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한국의 식문화와 버무려져 특유의 한국식 돈가스로 재탄생하게 됐다.
마치 오스트리아의 슈니첼이 프랑스를 거쳐 커틀릿으로, 그리고 다시 일본으로 들어와 돈가스로 변형된 것과 같다. 일본 돈가스가 한국식으로 현지화 되는 과정에서 ‘경양식 돈가스’라 불리는 한국형 돈가스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며 그간 누렸던 ‘최고의 외식 아이템’이라는 표현은 그대로 사어(死語)가 돼버리고 말았다. '베니건스', 'T.G.I.F' 등 패밀리 레스토랑이 물밀듯 국내시장에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밝고 깨끗한 분위기, 월등한 서비스, 스테이크와 립 등으로 무장한 압도적 상품력에 도무지 경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대로 쇠락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하나 둘 사라지는 경양식집들 사이로 차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두툼한 두께의 원육을 중시하는 정통 일본식 돈가스가 국내 시장에서 새 대안으로 자리 잡은 것. 실제 명동돈가스로 대표되는 일본식 돈가스는 1990년대를 지나며 전국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후 돈가스 시장의 부활을 이끌며 완전히 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돈가스가 더 이상 특별한 외식 아이템이 아닌 일상 속 대중식사 메뉴로 위치를 재구축하게 됐다. 본토 음식의 예기치 않은 등장으로 돈가스의 라이프 사이클이 길게 연장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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