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흐름 쫒아 투자… 성급하게 '상투' 염려할 필요 없어

무슨 일이든지 하기 쉬운 때가 있고 어려운 때가 있듯, 주식투자도 하기 쉬운 때가 있고 어려운 때가 있다. 어려울 때는 어렵게 투자하고 쉬울 때는 쉽게 투자해야 장기적으로 수익을 잘 낼 수 있다.

시장의 흐름에 역행하고 일반대중과 반대로 투자하는 '역발상 투자법'은 어렵게 하는 것에 해당한다. 위기에 투자자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시장을 떠날 때 거꾸로 투자금액을 늘리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화려한 불꽃 장세여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시기에 지금까지의 수익률에 만족하며 시장을 빠져나오는 것 또한 상당한 절제력을 필요로 한다. 거품은 절정의 순간에는 보이지 않고 거품이 꺼진 뒤에 보이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결정 내리기'는 심리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종종 경기보다 앞서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시장과 반대방향으로 분할매매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시기도 분명 있다.

반면 시장의 흐름이 보이는대로 따르는 것은 쉬운 길이다. 흐름에 편승해 쉬운 길을 따라가는 것이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시장을 주도하는 세력과 함께 갈 때 오히려 리스크가 줄고 기다리다보면 수익이 올라가게 된다. 시장을 선도하는 큰 자금이 매수를 지속하고 있는 동안엔 하락하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지지선이 만들어지며 주가가 다시 올라가기 때문이다.


현재의 주식시장은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장세로 돌아선 상태다. 힘들게 개별적인 종목을 연구하지 않아도 된다. 개별적인 재료나 정보에 바탕을 두고 오르는 종목을 찾지 않아도 된다. 글로벌경기 전체를 바라보면서 주식을 가장 많이 사고 시장을 끌어올리는 주체세력을 따라가면 된다.

주식투자자라면 요즘 외국인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사상 최장기의 연속 순매수 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외국인의, 외국인에 의한, 외국인을 위한' 장세가 전개되고 있다.

◆하수는 가격을, 고수는 추세를 따른다

요즘처럼 시장 성격이 뚜렷할 때 그 흐름을 따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흔히 다음과 같은 요인에 의해서다.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사기 부담스럽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은 바닥 대비 많이 오른 것이다. 바닥에서 들어가겠다는 생각은 지나친 욕심이다. 설사 바닥에서 들어간 투자자가 있더라도 조금 오른 후 팔아버렸다면 나중에 들어간 투자자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도 있다.

"하수는 가격에 사고, 고수는 추세를 따른다"는 말이 있다. 싸다는 생각에 샀는데 훨씬 더 주가가 내려간 경험이 있지 않은가. '지하 1층 밑에 지하 2층 있고, 지하 2층 밑에 지하 3층 있는 것'처럼 하락추세일 때는 얼마까지 내려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10층 위에 11층 있고 11층 위에 12층 있는 것'처럼 상승추세일 경우에도 얼마나 오를지 예단하기 힘들다. 지금은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도 미래 실적 대비 큰 부담이 없는 가격이고 추세가 상승방향이라면, 추가로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매수할 수 있다. 상승하는 종목도 하락조정을 거치며 오르므로 추격매수가 내키지 않으면 조정 시 매수전략을 사용해도 된다.

두번째 이유는 다른 종목에 물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은 넓고 살 종목은 많다'. 많은 종목 중 몇 종목에 물려있다고 해서 그보다 더 나은 종목을 내버려둘 이유가 없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9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강력한 변화를 주문했는데, 그러한 변화가 오늘날 글로벌 삼성을 만들었다.

주식은 마누라도 아니고 자식도 아닌데 바꾸지 못할 이유가 뭔가. 매도한 뒤 오를까봐 염려된다면 한꺼번에 교체하지 않고 종목별로 분할매매해 단계적으로 교체해도 된다.

지난 두달 동안 외국인이 주로 산 종목이나 업종은 잘 오르고, 개인이 주로 산 종목이나 업종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거나 오히려 하락한 경우가 꽤 있다.

대형주, 중형주, 소형주로 구분했을 때 개인이 대량 매도하고 외국인은 대량 매수한 대형주가 가장 많이 올랐다. 지난 8월22일부터 10월21일까지 두달간 12.5% 상승한 것이다.

반면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에 비해 개인의 순매수 금액이 3배가 넘는 소형주는 상승률이 3.3%에 불과했다. 상당수 개인투자가들은 시장의 상승을 바라보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꼈다. 코스닥시장은 개인이 외국인과 비슷한 금액을 매수했지만 상승률은 2.3%에 불과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